이종격투기와 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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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국장대우
격투기의 종목은 다양하다. 태권도, 복싱, 유도, 합기도, 레슬링, 킥복싱 등등.

사람들은 또한 어느 종목이 가장 강하느냐에 관심을 가진다.

이러한 호기심 때문에 서로 다른 종목 간 대결이 벌어지는 것이다.

사실 같은 체급의 복싱과 레슬링 선수가 싸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레슬링 선수가 글러브를 낀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경기 시간도 종목마다 다르고 게임 룰도 다르다. 인간의 호기심이 이종격투기 대회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종격투의 시초는 아마 프로복싱의 무하마드 알리와 프로레슬링의 안토니오 이노키의 대결이 아닌가 싶다. 1976년 6월 알리와 이노키가 격돌했다. 이 경기는 34개국에서 위성으로 생중계돼 14억명이 관전했다.

헤비급 세계 챔피언인 알리의 명성이 사람들을 TV 앞으로 모여들게 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없을 게 없다고 경기는 졸전으로 이어졌다.

이노키는 알리의 다리를 잡으려고 15라운드 내내 바닥에 누워 있었다.

알리 또한 누워 있는 이노키를 때릴 수 없으니 경기장을 빙빙 돌 뿐이었다.

이러니 채점이 제대로 이뤄지겠는가. 심판은 무승부를 선언했다. 화가 난 건 관중과 시청자들이었다. 당시로써는 엄청난 금액인 600만달러를 받고 경기에 응한 알리를 향한 시선도 곱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종합격투기 선수인 코너 맥그리거(29)와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 출신 플로이드 메이웨더(40)가 한판 붙었다.

주최 측은 ‘세기의 대결’이라고 떠들었지만 경기 내용은 그저 그랬다.

맥그리거가 복싱 규정에 어긋나게 뒤통수를 때리기도 하고 백허그까지 했다. 발로 차거나 메다꽂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다. 결국 맥그리거가 다리가 풀린 채 10라운드에서 TKO로 졌다.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을 지낸 오스카 델라 호야의 말이 귀에 와 닿는다.

그는 “이번 경기는 코미디다. 경기 초반 메이웨더가 일부러 밀리는 척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사울 카넬로 알베라즈(멕시코·27)였다면 맥그리거를 1라운드, 또는 2라운드에서 KO로 쓰러뜨렸을 것이다”고 했다.

마침 호야가 언급한 알베라즈는 오는 17일 외할아버지가 고려인인 겐나디 골로프킨(카자흐스탄·35)과 WBA·WBC·IBF 미들급 통합챔피언전을 갖는다. 현재 통합챔피언은 골로프킨이다.

49승(34KO) 1무 1패라는 놀라운 전적을 지닌 알베라즈와 37전(33KO) 전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두 사나이의 주먹대결이 기대된다.

아마 메이웨더와 맥그리거 간의 이종격투보다는 더욱 흥미진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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