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간절함
죽은 이의 간절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효성.명상가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것을 죽음이라고 한다. 드문 경우이지만 세속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살아있는 이들에게 억울함이나 안타까움을 전하고자 남아있는 것이 귀신이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머무르다 보니 세월변화에도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다음 생을 준비할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아주 작은 것에 집착하기도하며 아이처럼 단순하기도하다. 감정이 아닌 화해를 우선하며 약하고 여린 외로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새벽이 오기 전에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에 알던 지인이 왠지 모를 불안감과 공포에 여러 날 잠을 이루지 못하며 급격한 체중감소로 병원에도 다녀왔으나 뚜렷한 병명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집밖 출입도 어려우니 결례인 줄 알지만 너무 급해서 그러니 방문을 해서 도움을 받을 수 없냐는 것이다.

한걸음에 달려가 보니 초조함과 긴장으로 불과 얼마사이에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중에 시선이 가는 곳에 낡고 오래된 나무 문짝이 보였다.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 어떻게 구했냐고 물으니 우연히 벼룩시장에 갔다가 소품으로 쓰면 예쁠 것 같아 비교적 싼 값을 치르고 가져와 장식을 했다는 것이다. 짚이는 바가 있어 어떤 사연이 숨어있나 풀어보려고 하니 이 물건은 자기 것 이라며 누구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이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자신의 간절함을 꺼내기 시작했다. 약 400년쯤에 남의 집 머슴살이로 삶을 살았으며 손재주가 남달라 만들고 고치는 일을 유일한 낙으로 삼아 때로는 칭찬을 받았으나 모함과 누명에 아무도 돌보지 않는 쓸쓸한 최후를 맞이하였으며 누구 한 사람이 아닌 많은 이들에게 원한이 쌓여 죽어서도 이승에 머무르고 있으나 이제는 슬픔도 원망도 기억에서 지워내고 편안히 돌아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나를 찾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불쌍함과 측은함에 무엇을 원하냐고 하니 다시는 누구 손에 들어 갈 수 없도록 흔적도 남지 않게 태워 달라는 것이다. 어렵지 않은 일이라 주인에게 자초지종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한 후에 그의 소원과 명복을 함께 빌어주었다. 그런 후에는 거짓말같이 몸도 정신도 건강을 되찾아올 수 있었다.

분명 이웃은 아니지만 불청객은 아니라는 위안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러나 준비하지 않은 만남은 없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