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운진 동화작가

내 주차공간은 좁은 골목 안에 있다. 주행을 하려면 다시 후진으로 도로에 나와야 하는 곳이다. 얼마 전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뛰고 부끄럽기 그지없다.

 

“좀 뒤를 보면서 후진하세요!”

 

날카로운 한마디가 뒤통수로 날아왔다. 위험할 만큼 차로로 나가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욕이 쏟아진다. 중년신사(?)가 가자미눈을 뜨고 계속 노려본다. 나도 열이 오르기 시작해 차에서 내렸다. 저속주행 구간에서 왠 과속이냐고 강하게 대꾸하자 그제야 슬금슬금 앞으로 나아간다. 추한 운전자들끼리 소동은 그렇게 끝났었다.

 

속절없이 계속되던 가뭄과 폭염의 끝은 보이는 듯하지만 자동차 행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 자동차 홍수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서울이 아니다. 현재 제주중산간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풍경이다.

 

차량등록대수가 5년 사이 30만대 가깝게 증가하였다니 가히 폭발적 차량증가라 할 만하다. 운전자들 분노도 차량증가에 비례하는 것일까? 도로에 나가면 시비가 그칠 줄 모르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최근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응답자들이 내 차가 천천히 갔기 때문에 보복 운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을 했다고 한다. 조급한 한국인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남 탓만 할 일인가? 나는 도로 위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얼마나 배려하면서 운전하고 있는지를 한번 돌아볼 일이다. 안전이라는 명분만 내세워 자기중심적인 운전을 한다면 이것 또한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가려면 주행차로로 들어서서 차의 흐름을 막지 말아야 한다. 흐름이 원활한데도 불구하고 저속 차량 한 대가 교통정체를 유발하는 광경을 목격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보복 운전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아니 보복 운전은 안 된다. 하지만 자기중심적 운전습관도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제주대중교통 체계가 전면 개편 시행되고 있다. 대중교통우선차로제가 핵심이지만 이에 따른 교통신호체계도 바뀌면서 제주는 또 한 번 교통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아직도 공사 중인 중앙차로제는 대중교통인 버스만 진입할 수 있을는지도 의문이다.

 

최근 방영되었던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공익광고는 한국인들의 조급성과 운전습관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운전대만 잡으면 폭군으로 변한다는 광고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 나보다 남을 우선하는 운전습관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도로에서 튀긴 물이 행인에게 피해를 줘도 단속하는 일본이나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서도 신호등에 따라 정차하는 미국인들처럼 행인을 우선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해서 운전한다면 어느덧 삶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대중교통우선차로제가 혼란 없이 잘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제주를 위해 배려와 양보 운전이 도로 위에 넘실댄다면 교통 흐름은 원활해지고 도로에서 분노는 봄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처서도 지나고 곧 가을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이 가을엔 교통흐름이 갈바람처럼 부드러웠으면 참 좋겠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