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생수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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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사회부장
지난 7일부터 단행된 제한급수로 중산간마을 주민 7000여 명이 불편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양동이·대야·냄비 등 물을 담을 수 있는 모든 그릇을 동원했지만 세탁기를 돌리지 못해 빨래방을 가거나 대중목욕탕을 전전하고 있다.

샤워를 하던 중 물이 끊겨 삼다수로 헹궜다는 40대 주부의 사연은 어처구니가 없다.

1960년대 도민들의 물 기근을 해결해주며 물의 혁명을 주도한 어승생수원지가 요즘 제한급수의 발단이 되면서 천덕꾸러기가 됐다.

어승생수원지 개발은 1966년 제주를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메모지에 직접 그린 제주도 수원개발 구상도에서 시작됐다. 해발 1200m 한라산 와이(Y)계곡의 물을 자연낙하식 수로 7.6㎞를 이용해 10만t 규모의 저수지로 끌어들였다. 50년 전 방식은 지금도 적용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중산간 지역의 급수난을 완전히 해결한다며 2013년 458억원을 들여 제1수원지보다 5배나 큰 50만t 규모의 제2수원지를 건립했다.

2014년 6월 가동 400일 만에 최고 저수용량인 50만t을 채우는 만수(滿水)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후에는 이 같은 장관이 연출되지 않았다. 하루 5000t의 물이 새는 것으로 진단됐다.

2015년 9월 저수지의 물을 모두 빼낸 결과, 취수탑 하부의 방수 시트가 수압으로 찢겨졌고, 이 틈으로 물이 줄줄 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해 11월 이중 방수시트로 보강공사를 마무리했다.

누수 현상을 차단했는데 제주도는 지난해 제2수원지 인근에 지하수 관정 2공을 뚫는 공사를 진행했다. 지난 7월부터 이 관정에서 지하수를 뽑아내 하루 최대 800t의 물을 저수지에 보내고 있다.

최근 한라산에서 유입된 계곡물 2000t과 지하수 800t을 더해 하루 평균 2800t의 물을 수원지에 대고 있으나 제한급수 해소에는 역부족이었다.

제2수원지를 착공할 당시 위치 선정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문제점을 제기했다고 한다.

한라산 계곡에서 자연낙하식으로 흘러오는 물을 받으려면 1969년에 완공된 해발 600고지의 제1수원지보다 밑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2수원지는 이곳보다 80m나 높은 680고지에 들어서 있다.

또 자연증발량을 감안하면 땅 밑 30m까지 깊게 파고, 단면적은 최대한 줄여야 하지만 저수지의 최대 수위는 17m에 불과한 실정이다.

당시 용역 보고서를 들여다본 한 전문가는 제2수원지 입지가 토지 수용이 수월하고, 기 확보된 국비(229억원)를 신속히 집행하기 위해 서둘러 선정했다는 의혹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비단 어승생수원지만의 문제일까?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천아수원지는 1995년 70억원을 들여 건립했다. 국내 최초 지하터널 방식으로 만들어져 하루 5000t의 용천수를 끌어들이려 했으나 불과 200t만 생산됐다. 제주경마장 한 곳에만 겨우 물을 공급하다 준공 7년 만인 2002년 폐쇄됐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제주의 수자원 개발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제한급수가 2013년에 이어 올해도 재연됐다.

국민생수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에서 물 부족난을 겪고 있다. 대규모 저수지를 갖추고도 수자원 확보에 실패한 원인을 두고 행정 편의에 맞춘 용역으로 시작해 용역으로 끝났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빗물이 스며들어 지하수를 함양시켜주는 숨골과 지하수를 다량 보유한 곶자왈이 산재한 중산간에서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한라산에 사흘 내내 200㎜의 큰 비가 내려야만 어승생수원지가 정상 가동된다고 한다. 언제까지 하늘만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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