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의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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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지속가능한사회연구소장/논설위원

북한이 미사일 발사실험을 이어가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재 강행 기조를 유지하는 대결 정치를 불사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안정과 평화는 초긴장 상태이다. 북한의 끝장 군비정책과 미국의 압박정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마치 폭주하는 기관차들이 마주 보며 달리고 있는 형세로 엄청난 우려와 주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는 평생 주식 투자와 카지노 사업, 부동산 개발로 성공한 부동산 ‘제국의 황제’였다. 그는 뉴욕 군사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실전 경험은 전무하고, 일선 부대에서 장병을 지휘한 적도 없다. 한 마디로 전투와 전쟁과는 문외한이라고 보아도 좋다. 연방 정치 경험도 없고 더욱이 세계 최강 국가인 미국의 외교나 국가방위에 관한 견식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한번 결심하면 끝까지 그 물건을 얻기 위해 진력하는 자기관리를 해온 성과지향형 경험의 소유자이다. 그는 거래를 예술로 여길 정도로 명수였다.

트럼프의 말대로 그는 목표를 높게 잡은 뒤 그 목표달성을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해 왔다. 이런 능력은 천부적인 것으로써 브로커의 본능을 십분 발휘한 것이었다. 그는 이런 자신의 사업 스타일을 11가지 원칙으로 정리했다. “크게 생각하고,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며,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나가면서, 발로 뛰며 조사하고, 지렛대를 사용하고, 전략에 주력하고 언론을 이용하고, 신념을 위해 저항하고, 최고의 물건을 만들며, 희망은 크게 잡고 비용은 적당히 하며,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라!”

미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의 언술은 막말과 거짓말, 여성비하 등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그의 사업 스타일이나 11개 원칙을 통해 보자면 고도의 전략 아래 수단과 방법을 잘 배합한 능수능란함의 소산임을 알게 된다. 전쟁경험이 전무한데도 전쟁을 불사할 수 있다는 그의 강경 발언은 전쟁 강행으로 이어지거나 아니면 대결을 우회하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교묘한 포석 아래 내뱉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과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한국 부담을 주장하는 것 역시 전적으로 그가 국내정치의 포로임을 고백하는 꼴이다. 그는 대중주의를 자극하여 실업 위기에 몰린 백인들을 결집시켜 열세였던 선거 판세를 뒤집은 뒷심을 발휘했다. 내 일자리를 중국·인도·한국 등의 노동자들에게 빼앗겼다고 철석같이 믿는 미국 중하위층 백인 노동자들을 끌어모았던 것이다. 형식적으로 그는 이들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이런저런 말을 할 뿐이다.

트럼프는 탄핵위기에 몰리면서도 국내 유권자를 크게 의식하며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외교와 군사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미국의 국익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일은 전쟁도발이나 군사행동이 아니라 평화생명노선이다. 동아시아 지역안정과 평화 만들기 외교야말로 미국 유권자와 중하층 노동자들의 권익 유지와 향상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판단을 해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전쟁을 일으켜 큰 덕을 보는 것은 군산복합체 노동자와 자본가들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 유권자들은 더 많은 군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연방정부에 쏟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없는 세상이야말로 미국 중하층 노동자의 복지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깨닫는 일이 무엇보다 트럼프에게 시급하고 중요하다.

미중 패권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트럼프는 무리한 모험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결코 자존심이나 명예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거나 도발하는데 앞장서는 우유부단한 정치지도자가 아니다. 미국 자본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불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틀리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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