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잡는 성적 지상주의,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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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청 수영팀이 각종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우승을 밥 먹듯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월 제89회 동아수영대회만 하더라도 금 5개, 은 5개, 동 1개 등 모두 11개의 메달을 따내며 여자일반부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제97회 충남 전국체전에서도 금 4개, 은 6개, 동 4개 등 14개의 메달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가히 이 정도면 직장운동경기부에서 ‘전국 최강’이라고 할 만하다. 제주 수영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크다. 선수 전원(7명)이 속칭 ‘용병 선수’인 다른 지방 출신으로 구성돼 있어서다. 제주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는 셈이다. 그런데 이들의 평균 연봉은 7000만원이고, 계약 기간은 1년이다.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제주도청 수영팀도 비슷한 상황이다. 8명의 선수 중 5명이 육지부 출신이다. 서귀포시청은 4명 가운데 1명만 ‘용병 선수’다. 제주도와 행정시는 이들 타 지역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만 매년 10억원을 쓰고 있다. 적지 않은 돈이다. 이들은 경쟁 파트너가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서울 수영클럽에서 연습하고 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문제는 그러는 사이 도내 학교 수영부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학교 수영부는 초등 17곳, 중등 11곳, 고등 6곳 등 모두 34곳이다. 하지만 고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어 진로를 바꾸거나 수영 강사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제주 수영 꿈나무들의 좌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와 행정시의 성적 지상주의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육지부 선수 영입비를 학교 수영부에 투자해 제주 출신 우수선수를 발굴,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도내 수영계 안팎에서 나오는 까닭이다. 그런데 제주시청 육상팀도 용병이 다수라고 한다. 이런 시점에 제주시가 내년부터 직장운동경기부를 구성할 때 제주출신 선수ㆍ지도자를 50% 이상 채용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수영과 육상이 해당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어쨌든 반가운 일이다. 당장의 성적보다 중장기적인 제주체육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등의 동참을 기대한다. 학교 체육과 직장운동부의 연계는 제주체육의 중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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