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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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수필가

불더위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사람의 체온을 넘나들고 있으니, 가히 살인적인 더위다.

몇 년 전만 해도 폭염과 열대야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눈 뜨면 폭염이요 눈감으면 열대야였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밤낮을 가리지 않고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 것이다. 사계절도 이미 경계선이 무너진 듯하고, 삼한사온도 안개처럼 모호해졌다. 이로 인해 환경과 생태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뿐이 아니다. 태풍과 국지성 호우, 가뭄이나 각종 사고들, 천재와 인재로 인해 뜻하지 않은 일들이 불쑥불쑥 나타나니 당황스럽다. 불청객이 따로 없다. 지난해 차바 태풍이 제주에 들이닥쳤다. B 단체에서 바다 청소를 하기 위해 봉사 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 청정한 바다엔 각종 폐어구와 생활쓰레기들로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마치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군·관·민이 합세해 구슬땀을 흘리며 치다꺼리한 기억이 난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괭생이모자반이 해변을 뒤덮었다. 괭생이모자반은 5월 초 동중국해(海)에서 발생해 조류를 따라 제주 해안가로 밀려든다. 공무원과 지역 주민들, 봉사 단체에서는 파리 떼와 냄새가 진동하는 모자반을 수거하기 위해 전쟁 같은 노역을 치렀다. 한 시름 놓나 했더니 이번엔 중국발 저염분이 발생해 어장을 위협했고, 그 뒤를 이어 파래가 넘어와 스멀스멀 해변을 덮쳤다. 흡사 거대한 폭력을 방불케 했다.

그뿐이 아니다. 황사와 미세먼지 또한 불청객이다. 예전에는 봄철에 몇 번 나타나더니만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들고 있다. 이런 일들은 지구가 종말이 되지 않는 한 계속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손 놓아 체념하고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모두가 지혜를 짜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요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서민들의 복지나 청소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어느 한쪽에서는 귀가 솔깃하고 행복해 보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이는 우리가 내는 세금이다. 그리고 퍼 준다고 근본적인 일이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자생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라’고 했다. 사람들이 일단 편한 것에 깃들이면 그것을 고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처음부터 정책을 내놓을 경우 심사숙고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때는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뚝딱 해치워서는 안 된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심정으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들이 갖는 공통점이 있다. 내로남불이요 소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남의 얘기를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는다. 옛것은 낡은 것이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새것만을 고집한다. 그러다 잘되면 내 탓이요 잘못되면 남의 탓으로 돌린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는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는 일들이 어떻게 들이닥칠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언제 태풍이 휘몰아치고, 홍수와 지진이 발생할지 누가 알겠는가. 정치와 우리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한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사회가 복잡하고 환경의 변화로 불청객은 점차 늘어갈 듯하다. 그렇다고 외면할 수만도 없지 않은가. 서로 배려하고 소통하는 일이 중요하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청하지도 않았는데 찾아오는 손님’처럼 불편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늘, 폭염처럼 누군가에 불청객이 되어 당황스럽고, 밉보이게 하지는 않았을까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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