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월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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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월대천(月臺川)은 제주시 외도동을 흐르는 생태하천이다. 외도천(外都川)이라고도 한다. 바다와 한라산 계곡물이 만나는 곳으로, 은어와 숭어떼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70년이 넘은 해송(海松)과 팽나무가 물 위로 휘늘어져 선경(仙境)을 자랑한다. 2009년 제주시가 선정한 숨은 비경 31곳 중 한 곳이다.

맑은 수면 위로 달빛이 쏟아지면 월대천은 은빛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곤 했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월대천 한쪽에 달빛을 감상하는 자리를 만들고 이름을 월대(月臺)라고 붙였다. ‘맑은 물에 비친 달 그림자를 구경하며 풍류를 즐긴 누대’란 뜻이다.

조선시대엔 많은 시인과 묵객(墨客)이 시문을 읊었고, 시회(詩會)를 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월대천은 제주 선비들의 혼이 깃들어진 시문학 중심지였다. 월대천의 낭만과 정취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신승행 선생이 지은 ‘월대송(月臺頌)’에 잘 표현돼 있다.

‘…(중략)…천년을 지났어도 물색은 천년만년/ 달빛 업은 은어 떼도 천명이라 부산하다/ 고망물 강을 거슬러 다리난간 넘나든다// 달빛이 한가롭다 옛 풍월 어디메인가!/ 팽나무 고송 숨골에 수심 여는 저 나그네/ 한잔 술 심은 둔덕에 월대 밤은 깊어만 가네.’

▲월대천은 사계절 시원하고 맑은 용천수가 흘러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하다. ‘수심이 매우 깊으니 조심하라’는 안내문이 내걸릴 정도로 수량(水量)이 풍부했었다. 매년 여름만 되면 더위를 식히려는 피서객들이 몰려든 이유다. 오죽하면 물놀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수상안전 요원을 배치했겠는가.

한데 올해는 영 아니다. 물줄기가 점차 약해지더니 결국 하천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상류엔 물이 고여 녹조현상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기이한 일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나.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관계 당국은 ‘기록적인 폭염과 유례없는 가뭄 지속’을 탓한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의 주장은 다르다. 극심한 가뭄에도 물이 솟구쳤던 만큼 가뭄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월대천 원류(原流)인 속칭 ‘구멍물’ 인근에 스포츠센터가 들어서면서 물길이 바뀌어진 것을 꼽는다. 과연 어느 게 맞는 말일까. 아직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말인 12일과 13일, 제5회 월대천 축제가 열렸다. 주민들의 걱정이 컸지만 다행히 축제는 무사히 치러졌다. 밀물 때 바닷물이 역류해 들어온 덕분에 월대천의 민낯을 어느 정도 감출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다. 하루 빨리 옛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일단 정확한 원인 규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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