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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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 천주교제주교구 복음화실장/논설위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100여 일 돼간다. 그 사이에 정권 인수위원회를 꾸릴 새도 없이 숨 막히게 돌아갔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와 흐름들이 심상치 않다.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산적한 적폐청산도 시급히 해결할 과제다. 여기다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상황으로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

하지만 그나마 역대 최고의 지지율을 보여 다행이다. 아마도 백성들에게 보인 따뜻한 행보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당장의 삼각 파고를 헤쳐 나갈 한 축을 확보한 셈이다. 어려운 가운데 조심스레 낙관적인 전망을 기대해 보는 이유이다.

향후 전(前) 정권은 반면교사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로 하루아침에 고귀한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다. 온 나라가 자책감과 비탄에 젖어 무기력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 당시 정부는 민심과 전혀 다른 행태를 보였다. 유가족들을 위로하기는커녕 적당히 덮고 넘기려는 데 안달했다. 점차 민심이 이반 조짐을 보였다. 그러자 조급한 탓에 정권 안위와 정치적 유불리(有不利)를 내세워 지역과 세대, 이념과 정파로 백성을 쪼개놓기 시작했다.

갈수록 분열과 갈등은 커갔다. 그 후 3년 동안 국정 혼란과 실책이 이어졌다. 결국 어찌할 수 없는 총체적 국정 난맥상에 빠져 버리고 만다. 사실상 촛불 혁명으로 정권의 막을 내리게 한 크나큰 실책을 범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민의를 외면한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반증(反證)인 것이다.

이 시점에 현 정부는 등 돌린 민심을 회복하는 게 최대과제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이루자는 거다. 국정 시스템의 획기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이러저런 이유로 주변부로 내몰린 민초(民草)들을 국정의 중심에 두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실제적으로 권력의 문턱을 낮추어야 한다. 약하고 힘든 이들과 애환(哀歡)을 나눠야 한다.

이번 5·18 기념식은 좋은 예다. 그 날의 감동은 생각할수록 벅차다. 그때 문재인 대통령과 5·18둥이 김소형 자매의 만남은 백미다. 한 자매의 기구한 사연을 듣고 눈물을 훔치며 안고 위로하는 대통령의 행위야말로 백성을 온전히 국정의 중심에 두겠다는 강한 국정철학과 의지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최고의 통치행위이자 품격(品格)을 드러내는 것이란 점에서 제대로 민심 회복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그 날의 감동은 빠르게 전파됐다. 한 미국 교포는 트위터계정에 “내 조국 대한민국이 참 자랑스럽다”고 썼다고 한다. 그동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자국민의 고통을 보고 아파하고 울어주는 모습에 한없는 부러움을 느끼다 간간히 조국(祖國)에서 전해지는 불미스런 소식에 극심한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새 대통령의 신선한 행보를 접한 것이다. 너무도 기쁘고 설렌 끝에 외친 것이란다.

이는 비단 그만이 아니라 수백만 명의 재외동포가 같은 마음이요, 아마도 이 땅을 사는 대다수 민초들의 간절한 소회(素懷)일 것이다. 언필칭 그것은 지역과 세대, 이념과 정파의 두터운 경계를 허물어 이 나라를 하나로 엮어주는 동아줄이 될 게 분명할 터이다. 향후에도 지금의 초심을 잃지 말고 마지막까지 낮은 자세로 백성을 위한 국정을 펼쳐나가 성공한 정부가 되길 간곡히 바라고 싶다.

아울러 제주를 사는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인 4·3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약속한 바를 꼭 지켜주시고, 내년 70주년 추념식에 반드시 참석하시어 부성(父性)으로 유가족의 아픔을 보듬어주며 오랜만에 그들의 얼굴에서 환한 웃음꽃이 피어나게 해주길 기도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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