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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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시조시인

얼마 전 《문학동네》 시인선 95 번째로 발간된 허영선 시집 『해녀들』을 만났다. 제주 해녀들의 삶을 형상화한 작품들, 그 진정성과 무게감 때문에 울컥울컥하며 읽었다.


1부 ‘해녀전’엔 스물두 명의 해녀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죄명은 소요랍니다/ 기어코 이름 불지 않았습니다// 문패 없는 바다에서 무자맥질한 죄/ 한목숨 바다에 걸고 산 죄는/ 있습니다만,/ 또 하나 죄라면// 전복 해초 바다 물건 제값 달란 죄/ 악덕 상인 파면하란 죄/ 바다는 우리 밭, 호미 들고 빗장 든 죄// 돌담 위로 날마다 식민의 바람 편향적으로 불 때/ 죄 없이 죄인 된 스물둘 소녀회 회장/ 꽁꽁 팔 묶여/ 꿈마저 호송당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캄캄한 동굴 같은 감옥에서/ 갇힌 물은 때론 죽음 같은 고문 되는 것/ 우리 혈맥 다 끊어도 우리 사랑 막지 못한다./ 사랑 없는 숨비질은 죽음이란 것/ 버티고 버텼습니다 뼛속 물의 힘으로/ 그해 겨울에서 봄까지/ 소금꽃 얼음꽃 물 아닌 감옥에서 피웠습니다// 끝끝네 살아남아 이룬 것 하나// 바락바락꽃 -<해녀 김옥련 1 전문>


일제강점기 수탈에 맞서 싸운 제주해녀항쟁의 주모자 중 한 사람으로 6개월의 옥고를 치른 해녀 김옥련을 노래한 시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영화 〈하루코〉의 주인공 현재 96세로 도쿄에 살고 있는 해녀 정병춘. 갓 스물에 징용 물질로 일본에 가 아흔이 넘도록 물질하며 홀로 살고 있는 홍석낭. 4·3 의 아픔을 등에 지고 살았던 해녀 김승자, 해녀 오순아 등 제주 해녀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노래하고 있다. 이제껏 누가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었나. 이 시집은 그 대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2부 ‘제주 해녀들-사랑을 품지 않고 어찌 바다에 들겠는가.’에는 조천읍 북촌리 제주 4·3 때 당시 주민 450여 명이 집단 학살된 마을을 배경으로 쓴 <북촌 해녀사> 등 24편이 들어 있다.


그렇다 물질이 아무리 삶의 수단이라 할지라도 어찌 사랑 없이 깊은 바닷속을 드나들 수 있겠는가.


딸이어서, 아내여서, 어머니여서, 할머니여서 평생 바다를 일터로 살아온 여인들의 한을 그리고 사랑을 허 시인만의 짭조름한 언어로 노래하고 있다. 그것은 오랫동안 해녀들에 대한 연구와 관찰이 있었기에 이렇게 질박하게 노래할 수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고은 시인도 이 시집을 읽고 ‘울음이 저 캄캄한 물속의 울음이라는 것. 이제야 제주도의 육친 같은 진실이 제대로 솟아났다. 이제야 제주도의 삶으로부터 제주도의 시가 세상의 형식 위로 솟아올랐다.’라고 추천의 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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