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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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란.

오육백 살은 어린 축에 드는 비자나무가 주 종으로 천년 가까운 나이테를 품고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웅장한 비자림은 인생살이 연륜에선 귀한 세월의 신비함까지 숲 곳곳에 묻어 나온다. 전적인 내맡김만으로도 지나온 생애의 방전분까지 충전이 가능한 이유다.?

사계절 특별한 향기로 넘실거리는 비자림은 건강한 숲의 자정력을 증명한다.

숲 안에서 존재하는 뭇 생명과 그들로 인한 여타 배설물들까지 정화되는 자연 순환이 향기의 근원이다.

살벌했을 밤 약육강식 생존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햇살 아래 작은 생명들 주검조차 신성해 곶자왈의 신비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천선과, 떼죽나무, 엄나무, 후박나무, 푸조나무, 화살나무, 박쥐나무 등 활엽수들도 상당하다.

특히 단풍나무의 단정한 잎새들은 비자나무와 환상적 조화를 이뤄 비자림이 아니곤 누릴 수 없는 그들만의 정경을 연출한다.

봄은 연둣빛 채움으로 분주했고 여름은 초록 성장으로 치달았다. 가을은 비움으로 평온해지는 숲은 초겨울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를 두루 품어 고요한 일상을 허락한다. 겨울 한기와 삭풍조차 미온의 열감으로 감싸 안았으며 숲의 지배자다운 위풍 사이사이 거느렸던 다양한 활엽수들 향기도 보듬었다.

그와 아주 상반된 숲의 아픈 단면도 있는데 중증의 병으로 시름 중인 생달나무 군이다. 2, 3년 전부터 잎이 오그라들기 시작했는데 이젠 줄기까지 병들어있음이 한눈에 드러난다.

숲을 빛나게 하는 나뭇잎들도 적정 인원을 훨씬 웃도는 사람들 체취에?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다.

비자림을 중심으로 막무가내 들어서는 펜션과 식당들은 7년 전 비자림과 6㎞나 떨어진 곳에 집 지을 때 들이대던 미관지구 보호 강제권도 해당이 없는가 싶다.

다양한 교통이 발달한 지금도 비행기 탑승은 심리적 거리감을 극대화시키는 요소임에도 비자림 숲은 연일 사람들로 넘쳐 난다. 제주에서 가보고 싶은 곳 일위였던 성산일출봉을 제치고 탈환한 비자림 인기는 훼손과 깊숙이 맞물려있다.

유명해지기보단 훌륭함을 추구하란 진리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음이다.

인기에 따른 이익을 추구하기보단 비자림 숲의 고색창연한 원시적 아름다움을 침묵으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이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최우선 가치로 자리매김해야 할 생태적 보존은 뒷순위로 밀리고 올 초부터는 공사가 한창이다.

또한 비자림 숲의 가장 귀한 가치 원시림을 일반적 산책길로 전락시킨 숲 길목에 우뚝 선 응급상황 대처용 최첨단 시설물은 횡포처럼 느껴진다.

수많은 식생들이 현존하는 작은 정글인 비자림 숲 안 응급 상황 대처란 ?어떤 상황을 대비한 것일까?

깊은 지병을 안고 시작한 제주 살이 7년 내내 비자림 숲을 드나들며 건강한 심신을 되찾았다.

음악과 대화를 곁들일 산책지는 많으나 천년을 가로 지르는 초월적 시공간을 허용하는 도도한 원시림 품격의 비자림은 경제적 가치로도 환원 불가인 유일무이한 숲이다.

하여?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랑만으론 비자림을 지키기는 커녕 불만을 토로하는 불평자로 전락할 뿐이나 거문 오름의 사전 예약제와 그 곳 주민들의 한결같은 관심을 타산지석으로 삼고싶은 간절함은 나만의 것이 아니리라!

바람 소리, 새 소리, 두런거리는?숲의 소리와 향기를 간직할 대안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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