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창작한 향이 액체 보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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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냄새 감각기관으로 작용할 때 보다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예감할 수 있을 때, 상상의 세계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


녹차의 향도 자연의 오묘한 신비계를 발현시킨다. 사람들이 녹차와 향수를 통해 얻으려는 것이 비슷할 수 있다.


환언하면, 녹차와 향수가 사람들에게 끼치는 효과가 유사할 수 있다.


녹차와 향수가 인간에게 주는 선물은 맑은 물과 향기로운 꽃이 있고, 커다란 나무가 상쾌한 공기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마음의 평화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잠시나마 인도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향사들은 나무, 꽃, 풀잎 등을 잘 혼합하여 숲 속의 향기를 창작한다. 녹색의 자연과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그린 플로랄 향기는 늘 가까이 있어도 좋은, 마음의 정원 같은 것을 선사한다.


‘릴 오 떼 오 드 뚜왈렛’은 아닉구딸의 조향사 까밀구딸이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느낀 모든 공감각적인 기억을 향으로 표현한 아로마틱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이다.


이 향수는 갓 수확한 듯한 만다린(귤과 비슷한 과일)의 상큼하고 스파클링한 탑 노트(top note),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의 차잎 향으로 이어지는 미들 노트, 마지막으로 은은한 오스만투스(osmanthus, 금목서)의 향취가 기억속에 남아있는 제주도 바람처럼 온 몸을 감싸안으며 생동감 넘치는 리프레시 에너지를 선사하는 베이스 노트가 조화를 이룬 액체 보석이다.


아닉구딸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고급 향수 브랜드이다. 프랑스의 피아니스트이자 패션 모델이었던 아닉구딸이 자신의 삶의 여정에 특별했던 순간들을 고급 향 원료들로 자신만의 감성으로 걸작품을 연출했다.


피아니스트에서 조향사로 새로운 삶을 이룬 아닉구딸은 건반위 자신의 연주로 조화를 이루던 그 손과 감각들이 아름다운 향을 표현하는 새로운 것들로 탄생했던 것이다. 현재는 그녀의 딸인 까밀구딸이 아닉구딸 하우스를 가꾸고 있다.


이 액체 보석은 청량한 향기와 절묘한 조합을 표출하는 초록빛 병 디자인에 의해 더욱 돋보인다. 초록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색이다. 이것은 자연을 대표하는 색상으로 희망과 평화를 나타내어 평온함을 선물한다.


젊음과 생명을 상징하는 초록빛 속에서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액체 보석의 멋스러움이 압권이다. 한라산에서 용솟음치는 향기가 조용한 공명에 의해 바다를 벗삼아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릴 오 떼 오 드 뚜왈렛’은 초록색 보석으로 메혹적인 자태를 드러낼 것 같다. 더구나 노란빛이 감도는 녹색(greenery)은 2017년 팬톤 컬러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이세이 미야케에 의해 1992년 출시된 ‘로디세이(L’eau d’Issey)’의 뿌리를 생각만 해도 상쾌하다.


이 향수는 빙하가 녹은 물과 같은 깨끗한 물을 지향하며 진화한 watery note의 정점에 있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 출신, 미야케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물과 같은 향수”를 지향했다. 미야케에게 물은 최고의 순수함을 나타내는 결정체이였다.


한 향수 전문가에 의하면 ‘로디세이’에는 동양의 전통 가옥 앞뜰에 함초롬히 피어 있는 작약, 아침 이슬을 머금은 백합과 카네이션으로 장식되어 단아한 자태가 돋보인다. 또한 이 향수에는 금방이라도 달빛이 쏟아질 듯한 월하향과 표표히 떠도는 치자꽃 향이 청순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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