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지금이라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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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수필가

올 여름 더위도 가히 공포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공항은 북새통이다. 더위를 피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과 여행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이다. 항구도 다르지 않다. 얼마 전에 남도의 섬 여행을 위해 제주항 터미널에 들렀다가 예기치 못한 인파에 휩쓸렸다. 매표창구에 늘어선 사람들의 무리는 흡사 피난행렬을 방불케 했다. 지금이 바캉스 시즌이라는 걸 깜박했다.

그렇지만 이러저런 사정으로 휴가를 기피하는 이들도 많다. 그 중에서도 이 더위에 집 떠나면 고생인데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무실이나 집에서 에어컨 쐬며 더위를 식히는 게 낫다는 논리를 편다. 물론 이해하고도 남는다. 막히는 길을 지나 붐비는 피서지에 도착해서 사람 반 물 반의 계곡이나 바닷물에 몸을 잠시 담그는 ‘휴가 의례’가 심신에 활력을 주기는커녕 피로를 가중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는 법구경 구절처럼 휴가도 쓰기 나름이다. 휴가나 여행을 통해서 인생에 반전을 꾀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세계 제일의 갑부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차례쯤 생각 주간을 갖는다고 한다. 최소한의 소지품만 챙겨 조용한 곳에 가서 일을 잊고 생각만 하는 휴가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 재충전의 기회가 오늘의 그를 있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차 순위 부자 제프 베저스도 컴퓨터·투자전문가로 월가에서 일하다 1994년 뉴욕에서 시애틀까지 대륙횡단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떠오른 인터넷 기반 상거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다듬어서 아마존닷컴을 창업했다. 그렇게 탄생한 아마존닷컴이 인터넷 상거래 혁명을 가져온 사실은 널리 회자되던 이야기다.

그 외에도 가정의 파경 위기를 가족이 함께 여행하면서 화해무드로 돌려놓았다는 이야기, 직업적인 스트레스를 휴가를 통해 말끔히 해소했다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제임스 알렌(James Allen)의 ‘깨달음의 지혜(2002)’에 보면 우리가 성취한 모든 것이나 성취하지 못한 것들은 우리의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우리는 생각으로 일어서고, 생각으로 나아간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고착 관념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휴식을 위한 휴가는 생각 없이 살아온 날들에 대한 성찰이며, 자신에게 생각의 성찬을 베푸는 기회다. 삶을 돌아보며 자신의 위치를 재설정할 수 있는 변곡점일 수도 있다. 어느 분야에 우뚝 선 이들은 하나 같이 저만의 독특한 휴가를 즐기며 자신을 재충전하고,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거나 난제의 해법을 찾아낸다.

휴식이 없이는 풍요로운 삶이 완성되지 않는다. 휴식은 자기 착취에 대한 보상이며 위로다. 휴식은 우리를 명상에 들게 하고, 창의력도 높여준다. 휴식의 에너지들이 녹아 사업 아이템이 되고 예술이 되고, 난제의 솔루션이 되는 이유다. 사업을 하든, 예술을 하든, 집에서 가사를 돌보든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별 차이가 없다. 쌓이는 스트레스나 처한 입장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어떤 처지에 있든, 어떤 입장이든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려는 의지는 매한가지다. 뭔가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생각이 필요하고, 생각은 휴식을 전제로 한다. 여태 휴가를 망설였다면 지금이라도 떠나자. 자신을 사색의 뜰에 잠시 방목하는 그런 휴가를. 속박이나 번잡에서 벗어나야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휴가를 보내고 난 후의 후회보다 휴가를 못한 후회가 더 클 수도 있다. 휴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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