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거리는 제주시가 최근 5년간 33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옛 제주대병원 일대의 노는 점포를 임대해 예술인의 입주와 창작 활동을 지원해온 거다. 여기에 2020년까지 37억여 원이 더 투입된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의 거점을 확충하고 침체된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복안이다. 사실상 원도심 활성화의 초기 사업이다.
문제는 이 일대에 행정의 투자가 집중되면서 몇 년 새 부동산 가치가 급속히 상승했다는 점이다. 실거래 가격은 물론 임대료도 갑절 올랐다. 땅값 상승 여파에 건물주의 기대심리까지 가세한 모양새다. 이를 감당하기 힘든 문화예술인들은 새 둥지를 뒤로하고 하나 둘 떠나고 있다. 이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더 심각한 건 당초 목표였던 원도심 활성화 사업에도 악영향이 미칠 우려가 있다는 거다. 크게 오른 임대료 탓에 빈 점포를 빌리는 자체도 위축되고 있다. 문화예술거리 사업이 되레 문예활동을 저해하는 형국이다. 지역 공동화로 노는 건물이 많았는데 지금은 빈집을 못 구해 걱정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거리는 2009년 옛 제주대병원 이전 후 상권 침체를 걱정한 지역주민들의 자구노력에서 비롯됐다. 빈 점포에 문예인들의 입주를 도와 창작·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취지다. 작금에 와서 임대료 상승으로 세입자가 쫓겨나는 상황이 문제다.
문화예술거리의 실태가 드러난 이상 언제까지 두고 볼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건물주와 세입자, 지역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참에 제주시와 건물주, 세입자가 상생협약을 맺어 임대료를 조정하는 건 어떨까 싶다. 실제 도심 재개발을 하는 선진국에선 이 방법으로 임대료 상한선을 정하고 있다. 문화예술거리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선 행·재정적 지원에 못지않게 지역주민들의 협조와 동참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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