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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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휴가의 기원설은 11세기 정복왕 윌리엄 1세 이야기다. 농사 관련 사연이 담겨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의 포도 수확을 돕기 위해 병사들에게 긴 휴가를 주면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기록들이 있다. 삼국시대부터 왕은 농번기가 되면 관리들에게 하루씩의 휴가를 하사했다. 고려와 조선조 때도 농업과 관련된 입춘 등의 시기에 휴가가 주어졌다.

현대적 의미의 근로자 휴가는 프랑스가 그 시초다. 1936년 주당 40시간 노동에 연간 15일 휴가를 법제화했다. 이후 1969년 4주, 1985년엔 5주로 휴가가 늘었다. 여름휴가를 내리 한 달 즐기는 문화를 주변 국가에 퍼뜨렸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도시가 텅 빈다는 뜻의 ‘바캉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우리나라는 1965년 신문 표제에 바캉스란 말이 등장했다.

▲우리나라 근로자 휴가는 연간 15~25일이 보장된다. 이른바 연차휴가다. 연간 80% 이상 출근하면 15일이 주어진다. 3년 이상 계속 근무하면 2년에 하루씩 늘어나 25일까지 허용된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사용하는 근로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최근 정부가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연평균 15.1일의 연차휴가 중 사용된 건 절반 수준인 7.9일에 불과했다. 심지어 10명 중 1명은 하루도 휴가를 쓰지 못했다. ‘직장 내 분위기’(44.8%)와 ‘업무과다 및 대체인력 부족’(43.1%)을 이유로 꼽았다.

결국 휴가를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간다는 게 문제인 셈이다. 회사나 상사 눈치가 보인다는 의미다. 대통령이 연차휴가를 가겠다고 말한 것이 뉴스가 되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휴가는 떠나기 전 준비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막상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연차휴가를 다 쓰라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돈 많은 부유층은 틀림없이 호화 여행지를 택할 것이다. 서민들은 휴가비를 아끼려고 집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영세 자영업자 역시 가게 임차료 걱정 탓에 2주 동안 문을 닫고 떠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분위기 탓일까. ‘휴가는 곧 여행’이라는 공식을 깨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무위(無爲)휴가를 즐기려 한단다. 섬에 들어가 아무 생각 없이 쉬겠다거나 호텔에서 눈이 떠질 때마다 회사와 단절된 기분을 느끼고 싶다는 거다.

휴가를 가든, 아무것도 하지않든 자유를 만끽하는 것만도 어딘가. 관건은 주머니 사정에 달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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