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의 길 걷는 학교 운동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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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사회2부장
2012년 재창단한 이후 전국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던 서귀포중학교 핸드볼팀이 올해 초 해체됐다.

기존 선수 중 일부는 핸드볼팀이 운영되는 육지부 학교로 옮겼지만 대부분은 좋아하던 운동을 포기했다.

도내 중학교 중 유일했던 서귀포중 핸드볼팀이 사라지면서 초등학교 핸드볼 선수와 학부모들에게 불똥이 튀었다. 서귀중앙초등학교와 광양초등학교 핸드볼팀 선수들이 타 지역에 있는 학교로 진학하거나 운동을 포기해야 하는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계속 시키려 해도 고민이다. 어린 자녀를 육지에 있는 학교로 혼자 보내자니 불안하고, 그렇다고 핸드볼팀을 운영하는 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온 가족이 이사를 갈 수도 없는 처지다.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 하겠다는 아이에게 그만두라고 하는 것도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다.

전국 대회에서 상위권을 오르내리던 서귀중앙초와 광양초 핸드볼팀이 위기를 맞으면서 이를 지켜봐야 하는 동문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학교 이름을 빛내던 학교 운동부가 해체되거나 크게 위축되고 있다.

2012년 12월 선수 15명으로 창단한 동홍초등학교 배구부도 지난해 2월 해체돼 지금은 자율클럽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홍초 배구부는 당시 도내에서 초·중·고 중 유일한 단일팀으로 선수들의 진로 문제와 함께 임대료를 내고 체육관을 돌며 훈련을 해야 하는 등 열악한 여건 등으로 인해 학부모 회의 등등을 거쳐 해체 결정이 내려졌다.

1995년 창단된 이후 전국대회를 석권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토평초 배구부는 선수 연계 육성과 재정 여건 등의 이유로 2011년 해체되며 남아 있던 선수들이 육지부 학교로 전학가거나 운동을 포기해야 했다.

2004년 한 해 전국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등 배구 명문으로 위세를 높이던 토평초 배구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부용찬(삼성화재)과 오재성(한국전력) 등이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모교를 빛내고 있다.

김형진(홍익대)도 오는 8월 19일 대만에서 개막하는 2017 타이베이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한국 남자 배구 대표로 참가한다.

이처럼 모교가 배출한 선수들이 한국 배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우뚝 선 모습을 지켜보는 동문들은 자긍심을 높이면서도 가슴 한켠에서는 배구부 해체로 인한 착잡한 심경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전국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학생들에게 자긍심을 안겼던 학교 운동부가 속속들이 해체 수순을 밟는 가운데 운동부 위기론은 앞으로 더 확산될 전망이다.

학교들이 매년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진학할 수 있는 상급 학교가 없고 새로운 팀도 창단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과거 학교의 위상을 드높이는 자랑스러운 존재였던 학교 운동부 선수들의 입지도 그만큼 좁아졌다.

학교 운동부가 위기다.

해마다 연말이 돌아오면 지역 체육을 총괄하는 제주도체육회도 머리가 아프다.

이번에는 또 어느 학교에서 운동부 해체 소식이 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에서다.

도내 체육계 인사들도 점점 빠른 속도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학교 운동부에 대해 안타까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제법 규모가 큰 각급 학교는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교기(校技)’로 특정 체육 종목을 지정해 선수들을 육성하고 각종 대회에 출전하는 등 운동부 육성에 높은 관심을 쏟았지만 지금은 학력 중심의 교육이 강화되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예·체능 분야에 소질이 있다면 재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등 어른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성공한 삶을 사는 게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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