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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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언. 전 중등교장/시인

사소한 경쟁이나 문턱이라도 ‘합격’이란 말로 통과한 사람은 기쁨이 일게 마련이다.

회사 다니던 둘째 며느리는 결혼 후 전업주부로 바뀌고, 아들 낳아 키우느라 몇 년 바둥댔다. 짬을 내어 학원에 드나들며 자격증을 하나 얻었지만, 아이 때문에 당분간 취업이 힘들 것 같다는 어멈의 말이 꽤 무겁게 들렸다. 일전에 모 고등학교 취업지원관 시간 강사로 주 3일씩 일하게 된다 하매 박수를 보내 주었다.

취업 면접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들이 넘치는 현실에서, 직업을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하라면 사치스러운 말이 될 게다. 생각건대, 일을 한다는 건 누군가에게 이로움을 주는 행위이다. 비록 자신의 취향이나 재능과 거리가 멀어도, 긍정으로 대하노라면 의미가 새로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헌법에 규정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일자리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스펙 쌓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닌 수많은 날들, 젊은이들 마음에 생기가 돋을까. 나 몰라라 팽개친 정부가 있을까만, 일자리부터 챙기는 새 정부에 큰 기대를 걸어 본다.

벌써부터 시류를 탄 목소리도 들린다. 현실이 수용할 수 있을까, 내년부터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라는 요구. 그리되면 사업주보다 알바생의 보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에 ‘그럼 알바하면 되겠네.’라는 댓글을 보았다. 빗댄 말이지만, 사업체가 사라지면 어디서 알바를 할 것인가.

중국을 관광할 때 많은 인부들이 재래식 도구로 도로를 보수하는 현장을 보며 의아했었다. 포클레인을 이용하면 금세 해결될 텐데 아직 그 수준이 아닌가 하고. 돌이켜보니, 주민들에게 일감을 주려는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4차 산업의 발달에 따라 지금의 일자리가 뭉텅뭉텅 줄어든다니, 암울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인간이 늘 새 길을 만들어 왔듯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돌파구도 찾아내도록 기도할 수밖에.

일을 해야만 하는 기저에는 생계가 자리한다. 얼마를 벌어야 기본적인 생활을 하고 꿈을 키우며, 나아가 품위 있는 곳까지 넘볼 수 있을까. 누군가 능력에 따른 보수를 요구하며 허공으로 볼멘소리를 던졌다. 우사인 볼트는 100m 달리기에서 자기보다 갑절도 빠르지 않은데 수입이 몇 배나 많으냐며, 빌 게이츠는 자기보다 지능이 몇십만 배 높아서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느냐며.

같은 하늘 아래서도 상대적 우월감으로 히죽이는 얼굴들이 상존한다. 어떤 이는 팔자가 좋은 건지 줄을 잘 타는 건지, 보통 사람은 평생 모아야 손에 쥘 돈을 이삼 년에 후닥닥 주머니에 들이는 수완이 있다. 한 장관 후보자도 고액 고문료로 도마에 오르는 걸 보면, 민초들 위에 상실감을 흩뿌릴까 씁쓸하다.

농번기에는 동네 어귀에서 인력을 실어 나르는 버스를 자주 본다. 밀감을 따거나 마늘, 당근, 양배추 등을 수확하러, 주름진 여인들이 서둘러 승차한다. 얼마의 내공이 쌓여야 고된 길도 저벅저벅 걸을 수 있을까. 그들의 모습을 보며 시드는 하루를 살리곤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대할 때면, 주변에 일자리가 영 없지는 않을 듯하다. 사회적 선호도로 직업에 차등을 두며, 탐나는 일자리만 찾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 모두가 머리의 일을 하겠다면 누가 발의 일을 맡겠는가.

힘들수록 높은 처우를 받고, 반칙이 아니라 땀 흘린 재산에 박수를 보내는 직업 문화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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