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관광단지 자본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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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제주한라대교수/논설위원

제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가 계획되었던 오라관광단지에 대해 자본검증을 한다고 한다. 전체 부지가 마라도 면적의 12배에, 사업비는 5조 2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자본의 실체와 조달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라관광단지 전체 면적을 매입하고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주식회사 JCC이다. 지난 5월 17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JCC의 개발본부장에 의하면,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하오싱’이라는 회사가 JCC 지분의 51%를 가지고 있으며, 하오싱의 대표인 왕핑화가 2016년 12월부터 JCC의 대표를 맡고 있다.

재미있는 건 JCC의 대표 왕핑화가 중국 최대의 자산관리회사인 화룽자산관리공사(華融資産管理公司, 이하 화룽)의 홍콩담당 지역본부장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화룽은 중국의 재정부가 최대주주이며, 대표이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경영진이 재정부, 중국인민은행, 중국공상은행 등 중국 금융권 고위직 출신들로 포진되어 있는 중국의 국영 자산관리회사쯤 된다. 2016년 말 기준 총 자산이 1.41조위안(한화 약 240조원)으로 중국의 최대 자산관리회사다.

최근 자본검증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며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JCC의 박영조 전 대표는, 2017년 7월 3일 도내 일간지 전면광고를 통해 ‘화룽, 모건스탠리, 블랙스톤, 갤럭시 등 세계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투자회사에서 오라관광단지에 투자할 것’이라고 도지사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모건스탠리는 세계적인 투자은행이고, 블랙스톤은 세계적인 사모펀드이며, 갤럭시 그룹은 호텔, 카지노를 중심으로 하는 마카오의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정리하자면 오라관광단지는 중국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대형 자산관리회사가 홍콩과 버진아일랜드를 거친 우회 투자를 통해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홍콩 주식시장 상장으로 갤럭시 그룹이나 모건스탠리 등의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 JCC 측의 설명이다.

오라관광단지 투자는 중국 정부의 입김에 있는 대형 자산관리회사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숙박시설을 지어 분양하고 사라지는 ‘먹튀’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불법적인 돈, 검은 돈이 들어오지 않을까 크게 걱정할 이유도 없을 듯 싶다.

화룽이 발벗고 나서면 모건스탠리나 블랙스톤, 갤럭시와 같은 투자자 유치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만 최근 한·중간의 관계가 다소 경색된 터라 중국투자자의 입장에서 제주도의 매력이 좀 떨어져 있고, 제주도 오라지역 자체가 전세계적으로 그렇게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데, 주식시장 공모를 통해서 충분한 자금을 모을 수 있을 것인지는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JCC를 실제 화룽이 지배하고 있는지는 쉽게 가려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업 계획서, 자금조달 계획서 등을 통해 실제 자금 조달 가능성, 사업 추진 가능성을 점검해보면 될 것이다.

이 기회에 스스로를 점검해 볼 필요도 있다. 오라관광단지는 지난 20년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지역이다. 해당 부지에 다시 나무를 심고 흙으로 메워 자연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누군가의 투자를 유치해 개발하겠다면, 투자자와 파트너가 되겠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정해진 절차에 없는 새로운 ‘검증’을 요구받는데 당황하지 않을 파트너는 없다. 그리고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면 제주도의 제도와 시스템, 사람이 신뢰할 만한가에 대해 외부에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자본 검증은 자본 검증대로 진행하는 한편, 제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이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면 좋겠다. 우선 제도에 허점이 있는지 살펴야겠다. 근본적으로 오라관광단지 부지에 투자유치와 개발이 필요한지 아닌지, 제3의 출구는 없는지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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