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知天命)의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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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50세 나이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 지천명(知天命)이다. 공자가 쉰 나이에 천명을 알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논어 ‘위정편’에 나온다.

요즘 우리나라 50대의 의미는 무얼까. 눈치 없이 ‘지천명’ 운운하다간 자칫 ‘꼰대’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하지만 어느새 20~40대에 의해 ‘쉰 세대’로 밀려나는 위치다.

대부분 1960년대 태생이면서 산업화시대 막내 세대이기도 하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일군 자부심 또한 이미 실직과 취업난에 파묻혀 버렸다

베이비부머의 막내인 1963년생이 올해 우리 나이로 55세다. 이들은 4~5명의 형제자매 함께 자란 세대다. 밥을 굶는 보릿고개는 피했지만 쌀이 부족해 혼·분식 장려운동을 맛보기도 했다. 독재와 민주화, 그리고 신자유주의 세력을 모두 경험한 이들이다.

▲50대의 자화상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50대는 군대와 대학을 마친 뒤 거의 서른살 넘어야 결혼했다. 이제 아이가 대학생이거나 군에 가 있을 때다. 늦었으면 중·고교생이다.

봉급이라 해봤자 아이들 학비에 주택대출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을 그만두면 노후대책은 둘째치고 당장 생계마저 막막해지기 십상이다.

게다가 고용 불안은 더하다. 민간기업에선 50대 안팎부터 명예·희망퇴직 압력을 받는다. 정년이 연장돼도 임금피크제로 뒷방 신세를 지는 차별에 직면한다.

퇴임 후엔 대학 졸업한 자식들과 취업시장에서 얼굴을 마주치게 된 가슴 아픈 존재다. 언제부턴가 대학을 졸업하고도 실업자 신세인 자녀를 보살피는 부담까지 떠안았다. 그럼에도 정부 대책은 만날 젊은 층과 노년층에 치우쳐 있다.

▲중장년층 가운데 50대가 삶의 만족도에서 최하위 세대라는 진단이 나왔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의 ‘대한민국 중·장년 일상의 행복’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다.

50대의 가장 큰 불안은 경제와 노후 문제였다. 부모 부양과 자녀 교육이라는 부담 탓에 삶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기대수명은 길어졌는데 모아 놓은 돈이 없어 행복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너지면 가정이 무너지는데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게 우리 50대의 의식인 듯하다. 뜨거운 부성애로 제살까지 새끼에게 먹이는 가시고기를 연상케 한다.

평균수명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돌아보면 지금이 전성기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50대들이 적지 않다. 뭐라 해도 끝까지 인생의 현역으로 살려고 노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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