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전기차 등록대수가 5629대였는데, 올해 환경부 전기차 보급 사업의 목표인 6205대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올 연말에는 약 1만2000대의 전기차가 제주도에서 운행되게 된다. 앞으로도 전기차의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전기차도 중고차, 폐차가 나오게 될 것이다. 이때 발생하는 폐배터리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인 경우, 폐차 등 차량 말소 시 배터리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반납하도록 되어 있다. 이때를 대비해서 폐배터리를 자원화하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공모과정을 거쳐서, 제주도가 이 사업의 주체로 선정되었다. 사업비 189억원 (민간부담 50억원 포함)을 투자해서 2019년 말까지 제주도 첨단과학기술단지에 폐배터리 재사용 센터를 구축한다. 구축된 센터는 폐배터리 진단, 재활용, 관련 인력양성 등을 수행하게 된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충전량이 새 배터리의 80%이하로 떨어지면 사용이 힘든 폐배터리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산업의 관점에서는 폐배터리이지만, 다른 산업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사용가능한 배터리이다. 발전 사업의 경우 일정하게 전기를 생산해서 판매해야 하는데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 태양광의 경우, 날씨가 좋은 날은 발전량이 많지만 비가 오는 날인 경우 발전량이 적다. 결국 생산한 전기를 ESS (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장치)에 저장했다가 일정하게 보내주어야 하는데 이 용도로는 전기차의 폐배터리가 사용가능한 배터리가 된다. 신재생 에너지, ESS 산업 분야에 값싼 재활용 배터리가 공급되면 이 산업분야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전기차 보급 사업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존재한다. 전기차 보급 사업의 수혜자는 일차적으로 전기차 운전자이다. 사용자의 충전패턴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대체적으로 80%의 연료비가 절감된다. 한 달에 30만원의 연료비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경우, 일 년에 288만원의 연료비가 절감되는 셈이다. 이동이 필수인 점을 고려하면 연봉 288만원 인상효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고 구조가 간단하기 때문에 유지보수도 용이하다. 개인 운전자는 물론 택시, 렌터카 회사의 비용절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전기차 구매보조금이 전기차 제조사로 지급되기 때문에 혈세가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간다는 비판도 있다. 전기차 연관 사업이 활성화된다면 제조사 외에 다른 기업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전기차 연관 사업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용창출의 면에서 보면, 이 사업을 통해서 2백여 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의 청년실업을 고려해 볼 때 200명이 큰 숫자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라는 점이 중요하다. 전기차 보급 사업을 통해서 전기차 시장이 만들어 지고 있고,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앞으로 이 시장은 정부의 지원 없이도 자생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 시장이 커지면 그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연관산업들도 생겨날 것이다.
그 첫 사업인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성공은 제주도는 물론 중앙정부에도 중요한 일이다.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ESS 산업은 제주도뿐만이 아니고, 전 세계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전국에서 최초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고민도 많을 것이고,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박경린 제주대자연과학대학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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