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와 역지사지(易地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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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부국장
역지사지(易地思之)는 맹자(孟子)의 ‘이루편(離婁編)’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말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무슨 일이든 자기에게 이롭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와는 대립된 의미로 쓰인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정부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장관의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당초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은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인사청문회 대상을 장관으로 확대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장관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국회를 통해 검증받는 절차를 추가한 것이다.

공직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데 있어서 인사청문회는 나름대로 순기능을 담당했다고는 하지만 여야 간 정치투쟁의 수단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그래서 최근 문재인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낙마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의 경우 중년 남성의 후진적 여성관을 비판한 ‘남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여성비하로 몰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돼지발정제’에 침묵하던 자유한국당 여성 의원들이 안 후보를 공격한 것은 대표적인 ‘내로남불’이다.

26일부터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시작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국방부 장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통일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줄을 잇는다.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서 여당과 야당이 뒤바뀐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가까워 오고 있지만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인사청문회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어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들은 정치권에 ‘역지사지’를 주문하고 있다.

최소한 ‘내로남불’이 아니라 ‘내로남로’, ‘남불내불’의 자세를 가져달라는 것이다.

‘내가 로맨스면 남도 로맨스고, 남이 불륜이면 나도 불륜이다’라는 인식하에 나와 남을 동일한 기준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균형감을 정치권이 가져달라는 것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지금처럼 정쟁의 수단으로만 활용된다면 인사청문회 폐지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내로남불’을 피하기 위한 ‘역지사지’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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