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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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뉴스는 새 소식이다. 신선하고 희망적인 정보를 만나 가슴 설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데 요즘엔 뉴스를 보는 게 겁난다. 웬만한 충격에 까딱 않는 강심장이면 모를까, 아랫배가 허하거나, 심장이 약한 사람은 TV 앞에 앉을 때 단단히 마음 다잡아야 할 판이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사건 사고에 까무러칠 지경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무서운 세상이 됐나. 오죽했으면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 같다’고 할까. 퍽 하면 살인이니 이런 잔혹할 데가. 이런저런 뒤처리에도 소름이 끼친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 함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엄마라는 사람이 서너 살배기 제 아이를 그렇게 하는 데는 입이 다물리지 않는다. 정신 멀쩡한 사람으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열 달을 몸속에 지녔다 산통 끝에 얻은 생명 아닌가. 그런 악독한 모정이라니, 제 새끼는 동물도 깊이 품거늘.

이런 극단적 행위가 힘없는 늙은 부모에게 미침에 이르러, 도덕이 땅에 떨어졌음을 통감한다. 눈앞으로 오륜(五倫)마저 무너져 내리니 이런 한심스러울 데가.

며칠 전, 뉴스를 보다 숨이 막혔다. 고층 아파트에서 한 젊은 주민이, 건물 외벽에서 작업하던 근로자가 의지하는 밧줄을 끊어 추락사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끔찍한 짓을 저질러 놓고, 그가 했다는 진술이 어처구니가 없다. “시끄럽다고 하는데도, 휴대전화에서 음악이 계속 나오므로 욱하는 마음에 그렇게 했다.”

고층 건물 외벽에 페인트를 칠하거나 먼지를 닦는 일은 다들 기피하는 이른바 ‘극한직업’ 군(群) 중의 하나다. 누가 고층빌딩에 매어 놓은 밧줄 하나에 목숨 걸고 일하려 할까. 나 같은 사람은 아파트 4, 5층 난간에 기대고도 어지럼을 탄다.

곡예가 따로 없다. 외줄 타는 남사당패 어름사니를 떠올리게 된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 하는 일이다. 또 잊어선 안 되는 게, 절대로 밑을 내려다보지 말라는 것. 아래로 눈을 주는 순간, 정신이 아찔하고 온몸이 굳어 손을 놀리지 못한다는 얘기다. 길 가다 수십 층 빌딩 벽에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을 보며 가슴 쓸어내린 적이 있으리라.

먹고 살려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던 사람을 숨지게 하다니. 사람 목숨이 걸린 그 밧줄에 차마 칼을 댈 수 있던가.

숨진 이는 다섯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2, 3년 전부터 한 건설업체의 하청을 받아 외벽 청소 일을 시작했고, 위험한 일이지만 조금이나마 더 벌기 위해 쉬는 날 없이 일해 왔다 한다.

범인은 소주 한 병 반을 마신 상태였다 하고, 치료감호시설에 수감됐던 과거에, 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다는데, 현장검증에서 담담하게 범행을 재연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살기 위해 몸을 허공에 맡겼던 한 젊은 가장의 죽음을 어찌해야 하나. 또 그 아이들 앞날이 막막할 것인데.

하루아침 사이에 사랑하는 아빠를 잃은 5남매가 그리움을 편지에 담았다.

“팔 못 주물러 드리고 아빠 보내서 정말 미안해, 다음에 보면 백만 번 주물러 드릴게요.” 큰딸의 편지와 넷째가 만든 종이 카네이션 곁에 놓인 ‘아빠, 사랑해요.’라 한 그림편지.

추모관 납골함 앞에 놓인 아이들이 쓴 편지에 곁들여 그 옆에 두었다는 립밤 얘기에 가슴이 엔다. 한겨울 바깥 찬바람 속에서 일하는 아빠를 위해 아이들이 선물한 것이란다.

그에 더한 건, 이제 27개월 된 막내가 장난감 자동차를 선물한 것.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와 함께 갖고 놀던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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