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삶답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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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다양한 과일은 그들의 독특한 맛을 내는 산, 포도의 타르타르산(tartaric acid, 주석산), 사과의 말산(malic acid, 사과산), 레몬의 시트르산(citric acid, 구연산) 등을 함유하고 있다. 이 산들은 아세트산과 같이 과일의 독특한 신맛을 표현한다.

 

식물의 재는 염기라는 물질을 품고 있으며, 산과는 반대의 성질을 갖고 있으며 산을 중화시켜준다. 흥미롭게도 산과 염기가 상호작용하면 물과 염이 생성된다. 이것이 화학반응의 묘미이다.

 

이 화학반응의 결과로 동·식물이 삶을 유지한다. 또한 이 반응 덕택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과 유익한 물질을 탄생시키고 있다.

 

수산화칼륨(가성잿물, KOH)은 중요한 염기로 식물의 재를 물로 여과한 후 증류하여 얻을 수도 있다. 수산화나트륨(가성소다)은 부식성이 강하고 유기 조직을 파괴시키며, 동물의 지방으로부터 비누 제조에 사용된다.

 

이들 염기를 알칼리라고도 하며, 이 염기들은 일반적으로 피부에 미끌미끌한 느낌을 주며 쓴맛을 지니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조우할 수 있는 산과 염기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번개가 치는 동안 대기의 질소와 산소의 반응으로부터 만들어진 빗속의 묽은 질산은 돌을 용해시킨다. 지구 자체가 화학실험실이다.

 

염기성기(아미노기)와 산성기(카복실기)를 가진 아미노산은 세포의 단백질을 구성한다. 핵산은 세포에서 유전 물질을 생산한다. 데옥시리보핵산(DNA)과 리보핵산(RNA)는 인산 유도체이다. 인간은 이들 핵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구연산을 함유한 감귤류의 과일들은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라는 비타민 C를 제공해 준다. 콜라 음료는 인산과 젖산을 함유하여 짜릿한 맛을 나게 한다. 셀러드 드레싱에는 묽은 아세트산이 들어 있다. 이처럼 산성인 음식이 많다.

 

창문을 닦는 용액은 염기성 암모니아를 함유하며, 스프레이 오븐 세척제 내의 성분은 가성소다이다. 이런 세척제는 끈적끈적하고 기름진 물질을 닦는데 의미가 있다. 이와 같이 비누와 세제 등은 대체로 염기성이다.

 

여기서도 삶의 질을 고양시킬 수 있다. 토마토 소스 요리는 알루미늄 팬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알루미늄은 활성금속이며 토마토는 산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알루미늄 팬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육체는 산-염기 화학의 복잡한 관계에 의존한다. 정상적인 혈액은 여러 가지 상호작용을 하는 산-염기 반응으로 인해 거의 중성이다. 삶의 현장에서도 중성이라는 개념은 중요하다. 이것은 삶을 삶답게 하는 근본이다.

 

심한 설사, 당뇨병, 그리고 오랜 기아상태는 혈액이 지나치게 산성상태인 산증(acidosis)을 유발한다. 산증은 산과 반응하는 탄산수소이온을 포함하는 용액을 정맥 내에 투여하여 치료할 수도 있다.

 

지속적인 구토 또는 탄산수소이온의 과량 섭취는 혈액이 너무 염기성이 된 알칼리증(alkalosis)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이것은 가끔 탄산수소나트륨(중탄산소다)으로 위통을 자가 치료할 때 나타난다.

 

산증과 알칼리증은 삶을 위협하는 건강의 긴급 사태이다. 이들의 치료는 산과 염기의 전형적인 반응을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일상생활과 동·식물에서 산과 염기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사과를 사과답게, 포도를 포도답게 만들고, 또한 아미노산과 단백질, 그리고 핵산은 인간의 삶을 삶답게 가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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