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보다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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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 교수 중어중문학과/논설위원

긴긴 분노의 세월을 뚫고 이제 희망으로 가득 찬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애초에 나는 그 분을 지지하지 않았다. 제기되는 의혹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무리들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주위의 무리들을 잠재우고 소신을 펼쳐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 분이 알든 모르든, 잠시 오해하고 미워했던 것 때문에 죄송한 생각까지 든다.

떠올리기도 싫고 떠올리면 화가 치미는 지난 과거를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청산하고 계신다.

사람들은 연일 서민행보를 하는 것에 열광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그분의 정치행위일 뿐이며, 그보다도 지난 정권에서 고분고분하지 않고 소신을 지켰다는 이유로 좌천되거나 쫓겨난 사람들을 부활시켜, 과거청산의 임무를 맡김으로써,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시니 그저 믿음직스럽고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했던 바와 같이 무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진정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은데, 그 정도까지는 아직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인물은 없는 것이 아니다. 찾으면 얼마든지 있다. 단지 코드가 맞는 내편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에 없는 것이다.

코드가 맞는 사람은 물론이고, 설사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사람들은,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오늘날 알려진 것은, 자신의 실력을 갖추거나 자기의 임무를 다하는데 온 힘을 들인 사람들이기 보다는, 권력 앞에 줄을 대거나, 개인적으로 이익을 얻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한, 그래서 실제로는 실력도 양심도 없는 사람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논문표절 따위는 죄 같지 않은 죄라는 말인가? 상대에게는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는, 참으로 희한한 죄도 있다. 아주 어릴 때도 그 같은 죄를 저질렀을 정도의 배짱이라면, 어른이 되어서는 무슨 죄인들 못 저지를까? 그런 자가 이룬 업적들은 믿을 수 없다.

물러난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저런 자가 한국 최고의 대학에서 교수로 봉직했었다니, 참으로 끔찍하다. 학생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저 대학조차도 저렇다면 다른 대학은 어떻다는 말인가?

지금 어떤 대학에서는, 표절이 발각된 교수에게, 동료교수들이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 표절하는 것이 관행이었다고들 하지만, 자기가 연구한 것을, 다른 사람이 자기 스스로 연구한 것처럼 거리낌 없이 떠벌이거나 기술하는 것을 보면서 분개해 본 사람은, 표절이 얼마나 황당하고 연구의욕을 저하시키는 일인지 안다.

표절은 도적질이다.

교수를 지낸 사람이 장관이나 총장 등 어떤 자리에 앉고자 한다면, 그는 마땅히 표절에 관한한 떳떳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교육이란 학생들에게 정직할 것을 가르치는 행위이며, 표절하였다는 것은, 그는 교수이기 이전에 이미 도적이었으며, 사기꾼이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표절하였으나 그가 장관이나 총장이 된다면 그가 어떻게 또 다른 방식으로 표절하거나 학생을 윽박질러 논문을 제출함으로써 연구비를 타거나 승진하는 교수를 단죄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교수는 또 어찌 시험시간에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을 교육할 수 있겠는가? 그런 자는 단지 패거리의 수장이 되어 적당히 덮는 짓을 일삼는 것이 일상이다. 하기는 그 정도의 양심도 없는 자들이 판치는 학교에서는 이러한 뇌까림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겠지만….

이것이 제도보다는 사람이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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