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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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사람마다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아보는 나름의 잣대가 있다. 향기로 알아보거나 혹은 바람의 방향으로 알아보기도 하지만 그중에 꽃이 기준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인동꽃이 피기 시작하면 여름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듯이 계절마다 꽃들이 피어 무감각하게 지내던 우리에게 소식을 전해준다. 우리가 눈길 한 번 주지 않아도 언제나 계절이 돌아오면 그곳에서 피어나며 자신의 소임을 다한다.

 

인동꽃은 향기도 좋지만 쏠쏠한 용돈벌이와 함께 간식거리가 되었던 꽃이다. 인동꽃을 따서 쪽쪽 빨아먹었던 그 달콤했던 기억은 한가로운 들판의 풍경과 함께 다가와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꽃이다. 인동꽃을 금은화라고도 하는데 흰꽃과 노란꽃이 같은 마디에 붙어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방금 핀 꽃은 흰색을 띠고 먼저 피어난 꽃은 노란색으로 변한다.

 

인동초는 나무가 아닌 가는 넝쿨이지만 혹독한 겨울에도 말라죽지 않고 견디어 봄에 싹을 내기 때문에 강인함을 상징 할 때 인동초와 같다고 비유도 한다. 인동초는 뿌리, 줄기, 잎, 꽃 등 모든 것이 약재가 되기 때문에 꽃 피는 계절에는 꽃을 따서 말렸다가 팔아 용돈을 마련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인동초 줄기를 걷어다가 바구니 등 생활에 필요한 소소한 것들을 결어서 사용하기도 하였으니 인동초는 그야말로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소중한 자원이었다. 누군가가 찬찬히 들여다보며 찾아내고 그 경험들이 쌓여 쓰임새를 알게 되었을 것인데 참 놀랍다.

 

지금은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쓸 수 있는 것들이 지천이다 보니 찬찬히 들여다보는 습관이 상실되고 있다. 자료를 찾아 도서관을 누비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어디서든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어 검색이 가능한 시대다. 참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뭔가는 잃어버리고 있음을 의식하게 된다. 더디 가더라도 그리고 불편을 감수해야만 얻어지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찬찬히 들여다본 사람만이 그만큼의 안목이 길러지고 그 쓰임새를 알아볼수 있기에 그 안목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님을 안다. ‘천천히’ ‘비움’ 등의 단어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우리의 감각기관을 깨우는데 필요한 방법들이다. 자동차로 지나칠 때는 보지 못했던 것을 걸으면 보이고 또 향기와 함께 우리 몸의 기관들이 균형을 찾으면서 머릿속도 함께 정리를 해주는 참 좋은 치료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우리는 익숙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훈련을 억지로라도 할 때인 것 같다.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작은 여유가 곧 그 훈련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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