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과 악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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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관광영어학과 논설위원

‘악어의 눈물’이란 말은 이집트 나일 강 악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람을 잡아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악어에 대해서 옛날 사람들은 먹히는 동물을 동정해서 눈물을 흘리니까 악어를 정이 많은 동물로 여겼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악어가 눈물을 흘리는 원인은 먹이를 삼키려고 입을 크게 벌릴 때 눈물샘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서이며, 또한 악어는 먹이를 먹거나 일광욕을 할 때 눈물을 흘려서 음식물과 함께 흡수된 염분을 눈꼬리 부근의 관을 통해 흘려보낸다고 한다.

악어의 눈물은 생리적 현상일 뿐인데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면서 ‘거짓 눈물’이 되었으니, 이는 눈물과 침 사이에 크나 큰 의미 차이를 두는 인습과, 포악한 짓을 태연히 하는 인간이 겉으로는 마음 아픈 척 눈물을 흘리는 것을 지칭하는데 더없이 안성맞춤의 표현인 것 같다.

비리가 드러난 정치인을 비롯하여 나약한 인상을 주는 눈물 연기로 동정심을 유발하고, 부당한 이득을 챙긴 사실을 무마하려는 사람들을 표현하는데 ‘악어의 눈물’은 얼마나 유효 적절한가.

악어와 밀접한 관계로 ‘악어새’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다. 알려진 내용으로는 제비물떼새의 한 종류인 악어새는 나일악어의 입 속에 기생충을 먹이로 삼고, 악어에게 위험이 닥치면 울음소리로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생 관계는 없으며, 악어는 평생 이빨을 새로 갈기 때문에 악어새 같은 치과의사도 필요 없다고 한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죽음을 무릅쓰며 악어 이빨을 청소하는 악어새는 사회 조직의 비좁은 틈새에 들어가 나사처럼 일하면서 먹이를 얻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물질문명의 이빨에 조각나고 마는, 그래도 연명하기 위해서 목숨을 맡기는 존재, 고용집단에 소속되어서 언제 잘릴지 가슴 조이고, 거대 자본의 횡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상징이 된다. 또 한편으로는 거대한 포식자도 작은 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 아무리 강한 자도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가 소득 양극화에 따른 문제와 그 해결책 모색이 절박한 상황에 처했는데 원인은 무엇인가. 그 동안 정치, 기업, 법조계 분야에서 악어의 눈물이 누적되고, 더욱 불안정해진 수많은 악어새들의 처지가 이 사회가 나아갈 길을 옭매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파리경제대학 DB에 등록된 OECD 가입 국가들에 관한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 불평등 순위는 2위이고, 상위 1%의 소득점유율은 3위라고 한다.

통계 중 우리나라가 1위를 거머 쥔 50개 항목에는 자살, 산업재해 사망, 부채, 남녀 임금격차, 노인 빈곤, 흡연, 최저임금과 저임금 노동자, 자동차 접촉사고,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을 비롯한 교통사고 사망, 긴 학업시간 등 삶의 부정적인 측면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또 우리나라가 끝에서 1위, 즉 꼴등인 부문은 환경,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고등교육 국가 지원, 출산, 정치적 비전에 대한 전망 등으로 나타나 있다고 한다.

이런 통계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동안 악어들의 거짓 눈물로 늪이라도 되어버린 듯 갈팡질팡 원칙을 잃어버린 여러 가지 상황에서 허우적거린 결과인가 아니면, 그 와중에 희망을 잃고 좌절해버린 악어새들의 추락 과정을 말해주는 것인가.

개인이나 국가, 혹은 인류의 문명도 긴 시간을 배경으로 보면 모두 들에 피어나는 꽃처럼 잠시 흔들리다가 바람이 불면 사라져 흔적도 없어지는 것들이다. 덧없는 생존 기간이므로 오히려 모든 존재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는데 주력할 의무가 있다고 느끼는 것은 불가능한가. ‘악어의 눈물’이니 ‘악어새’니 하는 말들이 앞으로는 아무데도 적용할 일이 없어져서 저절로 사라질 날이 올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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