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성 전기억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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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석 중앙병원 신경과 전문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갑자기 기억상실이 되는 경우가 간혹 보게 된다.

 

암이나 다른 중증 질환처럼 주변에서 보이거나 TV 의학프로그램에서 기억상실이 다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하거나 말 그대로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가 있다.

 

하지만 기억상실을 호소하는 환자는 병원에 있다 보면 적어도 1년에도 수 차례는 경험하게 된다. 환자가 증상을 직접 호소하는 경우보다는 같이 있던 보호자가 당황해 하면서 응급실로 모시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갑자기 치매가 생겼다고 하지만 치매와는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치매는 나이가 들면서 뇌세포가 파괴되어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기억력이 떨어지고 언어능력이나 공간지각능력처럼 다른 인지기능도 함께 저하가 나타나는 질환이라면, 일과성 전기억상실은 다른 인지기능 손상 없이 기억력만 떨어지게 된다.

 

기억상실은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전향성 기억상실과 역행성 기억상실이다.

 

전향성 기억상실은 사건 이전의 일은 기억하지만 이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고, 역행성 기억상실은 반대로 사건 이전의 일은 기억하지 못하고 이후의 일은 기억하는 것이다.

 

전향성 기억상실은 저장된 기억을 꺼내지 못하는 경우이고, 역행성 기억상실을 기억을 저장하지 못하는 경우로 이해하면 된다.

 

전기억상실은 이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사건 이전과 이후 모두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최근에 내원한 환자의 얘를 들면, 5월 중순쯤 갑자기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응급실로 왔는데 그 전 1-2개월 정도는 기억을 하지 못하여 박근혜 탄핵사건은 알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역행성 기억상실), 응급실 방문 이후로도 계속 나눈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여 5분마다 자기가 병원에 왜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 반복적으로 물어보았다(전향성 기억상실).

 

직접 당하게 되는 가족들 입장에서는 매우 걱정스럽겠지만 질환 이름에 일과성이라고 붙은 것처럼 거의 모든 환자는 24시간 안에 증상이 호전된다. 사건 이전의 기억은 전부 돌아오게 되지만 사건 이후 몇 시간의 기억은 끝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대부분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충격에 의해서 오는 경우가 많고 물리적인 충격으로 뇌출혈이나 뇌좌상 같은 뇌 손상 없이도 기억상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간혹 뇌경색이 발견되기도 하며 아주 드물게 뇌전증의 증상으로 경련 없이 기억상실만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번은 뇌종양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갑자기 전기억상실증이 생긴 것까지 같았지만 24시간 이내 회복 없이 기억상실증이 계속 이어졌다는 점에서 다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직접 만나본 환자는 고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다양했다.

 

시험기간 중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여행을 하다가 많이 피곤하여 생긴 경우도 있었으며 세무조사 받으며 스트레스가 심했거나 머리를 가볍게 부딪힌 이후에 생긴 적도 있었다.

 

간혹 뇌 MRI 검사에서 해마에 뇌경색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티끌만한 작은 크기였으며 뇌 MRI에서 정상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만에 증상은 호전되기 때문에 장기입원이 필요한 경우는 없었다.

 

내 가족이 같은 일을 당하더라도 바로 병원에 내원하여 병력 청취와 필요한 검사를 받고 다른 질환과 감별을 한다면 다음날부터 안심하고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는 비교적 가벼운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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