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영리병원 건립, 확실한 반대의 이유는 없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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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제주한라대교수/논설위원

제주도는 점점 좋아지고 있는가? 아니면, 나빠지고 있는가?

얼마 전, 도내에서 개최된 한 토론회를 방청한 적이 있었다. 패널로 참여한 대학 교수 한 분께서 말씀하셨다. ‘서울에 있는 지인이 말하길 요즘은 제주가 예전 같지 않아졌다’고.

전과 달리 관광객이 많아 번잡하고, 여기저기 개발한다고 시끄러운데다, 중장비로 도로를 내고 파헤쳐서 어울리지 않는 건물들이 삐쭉빼쭉 솟아있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 필자도 그렇게 느껴질 때가 적지 않다.

두 해 전 제주도에 들어와 처음 살았던 곳은 마을에서 저렴하게 제공한 공동주택이었다. 임차료가 주변 시세의 절반 이하였다. 조건이 있었다. 그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에 자녀 두 명 이상을 입학시켜야 했다.

일 년 뒤 두 번째 살았던 곳 역시 인근 중학교에 학생을 보내면 입주할 수 있는 공동주택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도내 이곳 저곳의 소규모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는 마을에서는 취학대상자가 있는 외지인을 ‘유치’하기 위해 유사한 형태의 마을 공동주택을 제공하고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내 읍·면단위 마을은 국내 타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젊은 부부도, 아이들도 많지 않아 초등학교, 중학교가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었던 것이다.

인구통계를 살펴보았다.

1991년 제주도 인구는 52만2000명이었는데 2009년에는 56만8000명이 되었다. 18년 동안 4만6000명 이 늘어난 셈이다. 그리고 2016년에는 66만1000명이 되었으니, 7년 동안 9만3000명 늘어났다. 흐음! 제주도가 망가지기 시작하니 인구가 증가하고 관광객이 몰려들어오는 것인가? 외지인들은 ‘나빠진’ 제주를 더 선호한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제주도는 천 년 전에도, 백 년 전에도, 지금도 보석과 같은 곳이다.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이유로 제주도의 아름답고 살기 좋은 자연환경이 그 가치를 더 크게 인정받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다만 급작스런 인기 상승으로 그 부작용이 도드라지게 보이고 있을 뿐이다.

관광객 수를 통제해 20년 전 수준으로 돌리면 조용하고 고즈넉한 제주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말 많고 시끄러운 외국인 투자도 없을 것이다.

장엄한 한라산을 배경으로 어르신들만 고요하게 움직이는 ‘신비의 섬’, 석양을 등에 지고 물질 마친 바다에서 걸어 나오는 해녀들, 한적한 도로, 저렴한 물가…. 가끔 시간 내서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언제까지나 천 년 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제주도가 더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일상(日常)을 보내고 일생(一生)을 보내야 하는 도민들 입장은 달라야 한다. 생계가 없으면 육지로 떠나야 하는, 내가 아니면 자식들이라도 떠나보내야 하는 서민들은 특히 더 그렇다.

병원은 굴뚝에서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공장도 아니고, 유해 물질을 발생시키는 발전설비나 오락시설도 아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고급 인력을 필요로 하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제주도가 왜 세계 최고 수준의 건강검진 전문 병원 하나쯤 가지면 안 되는가? 왜 돈 많은 중국인이 서귀포에 와서 성형수술 받으면 안 되고, 꼭 서울 강남으로 가야 하는가? 많은 중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또 거주하게 될 헬스케어타운에서 ‘헬스 케어’를 빼 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필자는 서귀포의 이른바 ‘영리병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외국인 전용 헬스케어, 성형 전문병원으로 대성공해서 많은 ‘영리’를 얻어가기를 바란다.

전 세계로 뻗어나간 수 만개의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필요한 역할을 잘 해내고,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세금도 많이 내면서도 또한 많은 돈을 벌어 한국에 가져오기를 소망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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