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다가올 때마다 항상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 그분은 나의 형이다. 형은 1951년 6월 제주도 월정리에서 군대에 입대했다. 그리고 강원도 철의 삼각지대에서 중공군과 싸웠다. 형은 이 전쟁터에서 분대병력을 이끌고 최전선에서 중공군과 치열한 육박전을 벌이다 뒤에서 지원사격하는 월정리 출신 전우에게 살려 달라는 마지막 음성을 남긴 채 전사했다. 시신이 행방불명이 된 지 벌써 60년이 훨씬 넘었다. 지금 국방부 유해발굴처에서 계속 유해발굴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들은 한국을 죽음으로 지킨 영웅들이다. 이들 희생 없이 한국이 과연 세계 12대 경제강국으로 서 있겠는가.

당시 금화·철원 전투를 경험했던 한 전우의 말은 다음과 같다.

“밤에는 중공군, 낮에는 한국군과 미군들이 뒤바뀌며 점령한 고지는 지옥이 따로 없었다. 휴전 직전 이 지역전선은 영토확장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처참한 전투가 지속됐다. 이 전투에서 한국군과 미군의 희생이 가장 컸다. 이 전투지역을 유명한 백마 고지라 불렀으며 제주도 출신 군인들 또한 이곳에서 많이 희생됐다. 철원지역은 전쟁 전 북한땅에 속해 있었고 곡창지대였으므로 북한은 죽자 살자식으로 영토 확장을 꾀했다.”

참으로 전쟁의 목적은 도덕과 윤리가 없는 선량한 인간을 죽이면서 영토확장의 목적뿐이다. 세계전쟁사를 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국제정치의 본질로 바라본다. 국제정치는 전쟁에서 이기는 자가 승리자가 된다. 그래서 전쟁은 희생을 요구한다. 도덕도 질서도 외면한 채 인간의 고유한 삶의 형태를 송두리째 빼앗아간다.

이성을 잃게하는 전쟁은 자유와 평화의 존재를 짓밟아 버리고 인간의 재산과 생존권을 고스란히 파괴하며, 고난과 빈곤 그리고 질병 속에서 신음하게 만드는 것이 전쟁의 속성이다. 전쟁은 결과적으로 파괴 그 안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한국전쟁 3년은 국민들에게 뼈저린 비극의 현장 체험을 맛보게 만들었다.

1953년 전쟁이 멈추던 그날 이후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로운 경제적 호황과 자유는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FREEDOM IS NOT FREE) 21개국 유엔군의 값 비싼 희생으로 얻어진 대가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한다.

현충일을 맞이해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하는 겸손한 자세가 진실된 예의다. 나는 작년처럼 구좌읍 세화리에 묻힌 비석만 덩그러니 세워진 무명 영웅들에게 묵념을 올리기 위해 찾아 갈 것이다. 우리 모두가 현충일 날을 기억하는 뜻을 빛내야 한다. 나는 희생된 유엔군 영웅들을 열거 해본 적이 있다. 희생된 군인의 수를 국가별로 분석해 본 일은 귀중한 역사지식을 높이는 길이 아닐 수 없다.

유엔군 참전국은 21개국이다. 몇나라는 비전투 의료진 국가로 포함됐다.

한국군 11만3248명 전사·15만9727명 부상, 미군 4만5116명 전사· 9만2134명 부상, 영국 2296명 전사·2583명 부상, 호주 340명 전사·1216명 부상, 벨기에 111 전사·354명 부상, 캐나다 529명 전사·1만1255명 부상, 에티오피아 536명 전사·123명 부상, 콜롬비아 242명 전사·557명 부상, 프랑스 276명 전사·1350명 부상, 그리스 188명 전사·543명 부상, 룩셈부르크 2명 전사·15명 부상, 네덜란드 123명 전사·645명 부상, 뉴질랜드 42명 전사·79명 부상, 남아프리카 169명 전사·299명 부상, 태국 36명 전사·6명 부상, 터키 907명 전사·469명 부상, 필리핀 169명 전사·299명 부상.

위 통계자료는 미국재향군인협회 전쟁기록처에서 얻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