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서 은퇴하는 알파고
바둑에서 은퇴하는 알파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박경린 제주대 자연과학대학장/논설위원

알파고가 바둑에서 은퇴한다.

올해 5월 중국 저장성에서 열렸던 세계 랭킹 1위 커제와 알파고의 3국은 모두 알파고의 완승으로 끝났다. 커제는 작년 3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패했을 때, 알파고가 이세돌은 이겨도 자기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며 투지를 불태웠었다. 이 중국의 19세 바둑 고수가 알파고를 이길 수 없다고 흐느끼는 모습이 대형화면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기계가 자기보다 더 무거운 중량을 든다고 해서 절망하는 역도선수는 없기 때문이다. 바둑에서 가능한 경우의 수는 약 10의 170승이다. 거의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이고 바둑은 가장 이길 확률이 높은 점에 돌을 놓는 게임이다. 그 확률계산에서 200개의 CPU와 4개의 텐서프로세서(일종의 보조처리장치)를 장착한 알파고2.0이 더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구글의 입장에서 보면 2015년 10월 구글 딥마인드가 알파고를 출시한 지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알파고는 바둑계를 평정하고 은퇴하는 셈이다. 그동안 전적은 68승 1패. 1패는 이세돌 9단에게 당했던 그 1패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게 1승을 거둔 처음이자 마지막 인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 당시 우리들에게는 이세돌의 4패가 뉴스거리였지만 미래의 우리 후손들에게는 인공지능에게 거둔 이세돌의 1승이 뉴스거리가 될 것이다.

바둑에서 은퇴한 알파고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그것은 구글 딥마인드가 결정할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전신은 2010년에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딥마인드 테크놀로지이다.

2014년 1월 구글이 이 회사를 5억 달러에 인수해서 구글 딥마인드로 이름을 바꾸고 학습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일을 추진했다. 이들의 목적은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과학, 의학, 에너지 분야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들에게 알파고의 바둑 데뷔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함일 것이다.

이제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알파고는 다른 분야를 학습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로 거듭날 것이다. 알파고 연구진은 의료분야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일, 그리고 에너지 분야와 신소재 개발 등의 영역에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일에 도전한다고 선언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의사 알파고, 과학자 알파고, 변호사 알파고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 관한 여러 가지 우려사항들이 있는데, 그 중에 두 가지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인공지능이 인간 전문가를 대체하면 앞으로 인간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하는 문제다.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인공지능이 잘 할 수 있는 일은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인간은 인간이 더 잘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대화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IT를 전공하는 입장에서 보면 인공지능은 전혀 새롭지 않은 분야이다. 필자가 대학생일 때부터 인공지능의 시대가 온다고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30년이 넘은 이제야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현재도 간단한 음성명령을 인식할 뿐 복잡한 지시사항은 이해하지 못한다. 비즈니스의 핵심은 소통인데, 공감을 얻고 소통하는 능력은 인공지능이 따라하기 힘들다. 그 외에도 인공지능이 따라하기 어려운 인간의 고유한 영역들을 찾고 개발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통제하고 지배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이 할 일을 정해 주는 것은 인간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일하는 방식을 정해주는 알고리즘도 인간이 개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생각한다. 알파고의 승리는 인간의 패배가 아니라 인간의 또 다른 승리라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