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퍼 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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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골프에서 앨버트로스는 규정 타수보다 3타 적게 홀아웃한 경우를 말한다. 파5홀에서 2타, 파4홀에서 1타 만에 공을 홀에 넣는 경우다. 프로 골퍼조차 평생 한 번 할까 말까 한 대기록이다.

지난해 1월 말 열린 바하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클래식 3라운드 파4홀에서 티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는 앨버트로스가 나왔다.

파5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대로 집어넣는 앨버트로스는 가끔 나온다. 허나 파4홀 앨버트로스는 LPGA 사상 처음이었다.

우리나라 장하나 선수가 최초로 작성한 것이다. 그때 큰 날개를 펴고 창공을 훨훨 나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는 2015년 LPGA 투어에 진출했다. 데뷔 첫 해엔 준우승 3번, 그리고 2016년에 3승, 올 시즌에도 우승을 챙기며 총 4승을 거뒀다.

▲그런 장하나에게 세계 1위보다 중요한 건 ‘가족’이었나 보다. 그는 엊그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무대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2019년까지 보장받은 LPGA 멤버십도 반납했다. 그는 세계 최고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게 더 소중하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장하나는 아버지(65)와 어머니(66)가 사십대에 얻은 외동딸이다.

그 딸의 뒷바라지를 하는 게 부모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고 한다. 허나 딸이 꿈에 그리던 미국 무대에 진출하자 가족에게는 고생길이 열렸다. 어머니만 한국에 남게 되면서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렸단다. 아버지 역시 투어 때마다 장시간의 운전으로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는 일이 잦았다. 이제 곧 일흔이 돼가는 부모를 생각하며 수천 번의 질문을 던진 끝에 한국행 결심을 했다는 게다.

그에게서 묻어나온 진득한 효심이 큰 울림으로 와 닿는다.

▲우리나라에선 예로부터 효를 모든 선의 으뜸으로 쳤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손가락을 잘라 피를 흘려 넣는 일, 한 겨울에 죽순을 찾는 일 등 기록이 많다. 부모 봉양이 극진한 자식의 집엔 꿩이 날아들고, 자라와 노루가 들었다고 했던가.

오늘날 젊은이들은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받는 데만 익숙한 세상이 됐다. 그래서 요즘의 효도는 부모 가까이 있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시 생각해도 장하나의 지극한 마음이 적잖은 감동을 준다.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통산 8승을 기록 중이다. 다음달 제주에서 열리는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국내무대에 나선다.

성적과 돈이 아니라 ‘가족’과 ‘행복’을 택한 그의 무훈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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