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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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언. 전 중등교장/시인

돔은 가시 지느러미를 이르는 말로 돔 항렬의 물고기는 고급 어종이다. 참돔, 감성돔, 돌돔, 옥돔 등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귀족 같은 이미지로 낚시꾼들의 로망이 된다. 자연산 돌돔 같은 경우는 큰맘 먹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귀한 신분이다. 이에 반해 같은 항렬이라도 덩치가 작아서일까, 자리돔은 서민적이고 제주인의 입맛에 깊숙이 길들여져 있다.

올해는 수온이 낮은 결과 자리돔 어획량은 평년의 절반에 지나지 않으며, 덩달아 가격이 갑절로 뛰었다는 소식이다. 신분 상승이 입맛을 자극하던 차에 처남댁에서 자리돔 한 봉지를 보내왔다. 처조카며느리의 친정이 모슬포여서, 굵직한 놈들이 들어 있다. 아내에게 물회 노래를 불렀더니 같이 거들란다. 비늘을 거스르고 지느러미를 떼어내고 난도질한 후 적당한 크기로 썰었다.

옛적에는 냉수에 된장을 풀어선 오이와 자리돔만 썰어 놓아도 맛있는 먹거리였는데, 지금은 높아진 입맛을 맞추느라 머리를 맞대었다. 오이, 양파, 부추, 미나리, 깻잎, 제피 잎, 청양 고추, 다진 마늘, 고춧가루, 참기름, 깨소금 등이 동원되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은 소박해도 맛있는 법이어서, 둘이서 정성 들인 자리물회의 맛은 한참 기억될 것이다. 남은 몇 마리는 굵은 소금 뿌리고 구우면 밥도둑이 되겠지. 썩어도 준치라는 말처럼 작아도 자리는 돔이라는 이름이 과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저녁이었다.

얼마 전 한 중앙지에 교명을 바꿔 달라는 어느 초등학교의 사연이 실렸다. ‘대변초등학교’여서 다른 학교 아이들이 ‘똥학교’라고 놀린다는 것이다. 물론 한자로는 전혀 그런 의미가 아니지만 일상적으로는 큰 볼일을 연상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는 전통을 소중히 여긴다 하더라도 졸업생들이 양보하여 아름다운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개인적 생각이다.

이름은 마력이 있어 누구나 좋은 이름 갖기를 원한다. 나는 문외한이기도 하지만 사주니, 오행이니, 상생상극과 같은 말을 믿지 않는다. 부르기 쉽고 좋은 의미가 담기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 개명 사례로 나왔던 변기통이나 방귀녀 같은 이름이라면 어릴 적 놀림감이 되어 정서의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게 분명하다.

사실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기발한 상호들도 있을 것이다. 예술의 전당포, 고래고래 노래방, 다조아 약국, 장팔팔 내과 등은 한 번 들어도 기억될 이름이며, 발길을 당기는 매력이 있지 않은가.

사람의 이름은 그의 인격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상이다. 일생을 어떻게 살았는가, 또는 살고 있는가에 따라 남들이 이름값을 매긴다. 존경과 찬양을 받기도 하고 멸시와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빛내지는 못할지라도 더럽히지는 않으려고 양심을 따른다.

기업이나 상품의 브랜드도 하루아침에 드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관련된 사람들이 오랫동안 정성을 쏟으며 제품의 성격과 특성, 품질에 대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때 가능해진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가 온 국민의 시선을 끌며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있다. 취임사의 80%만 이행되어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며, 대한민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웃음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잠시 인터넷을 뒤져 보자. 일본의 수도국장은 무라까와 쓰지마, 러시아의 불효자는 에밀졸라, 미국의 대식가는 다글거 머거라네요. 우리나라 최고의 술꾼은 노상술이라지만, 취하지 말고 각자 이름값 하는 삶이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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