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미사일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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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전략연구위원/논설위원

1969년 7월, 소련의 최고 지도자 브레즈네프는 군 지도부와 미사일 설계자들을 얄타 인근 휴양지로 불렀다. 당시 소련은 미국과 극한의 미사일 경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소련군 내부에서는 미사일 양산의 방향성을 두고 다툼이 커져가고 있었다. 이에 화가 난 브레즈네프가 끝장 토론을 제안한 것이다.

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논쟁은 두가지의 방향성을 놓고 가열되고 있었다. 그 한 축에 양겔이 있었다. 핵전력에서 미군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그는 4개의 핵탄두를 가진 SS-17 미사일을 양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사일 발사 사일로(silo·전략 미사일의 지하 격납고)도 현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심찬 계획이었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게 문제였다.

양겔에 대항하는 쪽에는 첼로메이가 있었다. 그는 기존에 갖고 있는 SS-11 미사일을 개량하고 미사일의 수를 늘리는 것을 주장했다. 비용이 저렴할 뿐 아니라 미국에 압도적인 핵선제공격을 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사일의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였기 때문에 고명한 학자 켈디쉬가 회의를 주재했다. 그런데 회의 도중 첼로메이는 갑자기 6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SS-19 미사일을 제안한다. 양겔이 주장하는 SS-17 만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대안이었다. 아마도 양겔과의 경쟁 관계를 의식한 듯했다.

논쟁이 지속되자 회의를 주재한 켈디쉬는 탄식을 한다.

“미사일을 가지고 어떤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는지 결정도 하지 않고, 우리는 오직 미사일 양산에만 매달리고 있다”

결국 소련은 이 세가지 미사일을 모두 양산하기로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이 결정이 소련을 부도나게 한 여러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것 같다. 지금 북한에는 미사일 개발과 관련하여 적어도 두 그룹이 경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체연료를 위주로 한 미사일 개발자들이 그 하나요, 기존의 액체연료에 기반한 미사일 개발자들이 다른 하나다. 모두 김정은에 충성스런 부하들이다. 사명감도 있을 것이지만 그들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뛰고 있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스커드, 노동, 무수단, KN-08, KN-14 등은 액체연료 기반의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을 개발한 사람들이 주류였다. 김정은의 신임이 상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작년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의 실패로 뭔가 사달이 난 것 같다. 8번 중 7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문책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은 절치부심 했을 것이다.

북한 미사일 개발의 주류가 실책을 하고 있는 사이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한 개발자들이 부상한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과 북극성의 지상형 버전인 북극성-2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개발자들은 그동안 주목 받지 못했다. 그들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걸고 매진하고 있는 것 같다.

액체연료 기반 미사일을 개발하던 주류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투입된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이제와서 방향을 바꾸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지난 3월 그들은 기존 미사일의 정확도와 안정성을 높여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5월 14일, 그들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준하는 미사일 발사 시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액체연료 미사일의 가능성을 다시 증명한 것이었다.

김정은은 충성스런 부하들의 이런 입장 차를 어떻게 정리할까. 아마도 소련이 경우처럼 ‘그래 다 해보자’라고 결정할 것이다. 그래야 최고지도자의 배포를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그 결정은 김정은에게 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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