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럭비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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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국장대우
쓰레기통에서 과연 장미는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물론 쓰레기통에 흙을 넣고 물과 영양분을 준다면 장미 아닌 다른 꽃도 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썩은 음식이 가득한 쓰레기통이라면 다르다.

파리가 들끓는 곳에서 무슨 꽃이 필 수 있단 말인가.

1955년 10월 유엔한국재건위원회 단장이던 인도의 정치가인 메논은 이렇게 말했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겠습니까?”

그가 6·25 직후 우리나라의 복구를 돕기 위해 일주일 동안 우리나라를 둘러본 후에 한 말이다. 한국 땅에서 경제 재건을 기대한다는 것은 마치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당시 ‘런던타임스’의 사이몬즈 기자의 기사 제목도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필까’라는 것이다.

지금도 계급제도인 카스트제도가 있는 인도의 정치가가 한국을 그렇게 깔봤다는 것에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미국의 유력 언론이 우리나라의 대선 결과를 두고 극찬을 아끼지 않아 관심을 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한국이 전 세계에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서구 사회가 자유민주주의 위기와 해로운 민족주의 부흥으로 절망에 휩싸여 있을 때 한국은 민중의 힘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또한 “1980년대 후반까지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던 독재정권을 민주주의로 교체한 나라여서 더욱 그렇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워싱턴포스트는 남의 나라를 칭찬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자기 나라의 민주주의를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요즘 미국의 민주주의가 거꾸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우리나라의 지난 9년처럼 말이다. 톰 프라이스 보건복지부장관과 콘웨이 대통령고문에게 큰 소리로 질문을 한 퍼블릭 뉴스서비스의 헤이만 기자가 지난 9일(현지시간) 버지니아의 주도인 찰스턴 주의회의사당에서 체포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활동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며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아무리 큰 소리로 질문했다지만 질문할 권리가 있는 기자를 체포하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작은 단체든, 큰 단체든, 한 나라든 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이래저래 피곤하다. 우리는 겪었고, 미국은 지금 겪고 있는 중이다.

지구촌 사람들은 지금 민주주의도 늘 방향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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