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외래식물종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이 제주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개항 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래식물은 모두 400여 종으로 자생식물 4100여 종의 10%를 차지한다. 지역별로는 제주가 187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와 전남이 각 164종, 인천 163종, 서울 158종 등의 순을 보였다.
벼과 식물인 물참새피만 하더라도 수면 위를 덮으면서 제주 고유종과 희귀종의 서식을 교란하는 실정이다. 저수지와 연못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물참새피로 뒤덮일 정도로 확산되고 있단다. 유라시아가 원산인 좀양귀비를 비롯해 아프리카가 원산인 모래냉이, 유럽 원산인 둥근빗살현호색, 인도산 털땅빈대 등도 제주에 자리잡는 중이다. 그만큼 고유종의 식물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제주에 외래식물이 많이 분포한 이유는 외국인 유입과 수입산 목초에 식물 씨가 붙어오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를 포함해 외래식물이 많은 곳은 대부분 관광지이거나 공항·항만이 위치하는 공통점이 있는 게 그 실증이다.
문제는 국제교역의 증가로 외래 식물과 병해충이 유입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졌다는 점이다. 미국·호주·일본 등 무역이 활발한 나라들은 ‘위해 외래종’의 유입 방지는 물론 이미 들어온 것에도 체계적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다.
강조하건대 외래종 확산은 생물 다양성의 위협을 넘어 생태계 재앙으로 치달을 수 있다. 해법은 달리 없다. 외래어종의 유입경로를 추적하는 모니터링과 함께 사전 예방책이 강화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공항과 항만의 검역망을 확대해 위반행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외래종에 의해 위협받는 고유종과 희귀종에 대한 보존방안도 병행할 일이다. 외래종의 생태계 교란은 자연환경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다. 결국 그 여파가 사람들에게 미친다는 점에서 바로 우리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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