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함과 톡쏘는 향이 한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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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나물초무침-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

대선정국을 맞은 정치판이 술렁인다. 이렇게 이전투구를 벌이는 정치판을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음식이 있다. 바로 ‘탕평채(蕩平菜)’이다. 영조임금이 정승 ‘송인명(宋寅明·1689~1746)의 제안을 받아들여 사색당파를 모두 섞어 고루 등용해 탕평 사업을 펼친다는 의미를 담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탕평채는 기본 재료가 녹두를 원료로 만든 청포묵이다.

녹두로 만든 또 다른 음식이 있다. 바로 녹두나물인데 이를 ‘숙주나물’이라 부른다. 이 또한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세종대왕의 집현전 학자 출신이지만 후일 세조를 도와 단종을 내치고 사육신을 고해바친 ‘신숙주(申叔舟·1417~1475)’를 빗대어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백성들이 그를 미워해 이 나물을 ‘숙주’라 불렀다는 것이다. 숙주나물로 만두소를 만들 때 다지고 짓이겨 만들기 때문에 신숙주를 이 나물 짓이기듯이 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한다.

어떤 이는 신숙주가 굶주리는 백성을 위해 녹두를 중국에서 들여왔고 그것을 이용한 나물이라서 숙주나물이라 이름 붙여졌다 주장한다.

또한 녹두는 민중봉기의 상징이기도 하다. 바로 동학농민혁명의 상징과도 같은 ‘녹두장군 전봉준(全琫準, 1855~1895)’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체구가 작아 빗대어 불렸지만 ‘녹두’가 서민들과 가까웠음을 뜻하기도 한다.

제주에서도 녹두는 해마다 재배됐던 곡물이다. 값싼 중국산 녹두에 밀려 지금은 제주산 녹두를 구하기 어려워졌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여름철 제사상에는 빠지지 않고 올려졌고, 특히 유월 스무날 닭을 잡아 백숙을 만들 때 아낌 없이 넣어 양을 불리던 곡물이었다.

지금은 언제든지 녹두나물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예전처럼 나물로 많이 이용되지 않고 있다. 새로운 방법을 제안해 본다. 녹두나물을 새콤하게 무쳐 보면 그 아삭하고 시원함에 놀랄 것이다.

항상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를 듣는 정치판에 같은 재료일지라도 상큼한 새로운 맛을 보여줄 인물이 이 나라의 수장이 돼주기를 기대해 본다.

 

▲재료

숙주 200g·미나리줄기 50g·다진파 1큰술·다진마늘 1작은술·참기름 1작은술·식초 1큰술·물엿 2분의 1작은술·깨소금 1큰술

▲만드는 법

①숙주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②미나리도 소금물에 데쳐 찬물에 헹군 후 줄기를 숙주의 길이에 맞춰 자른다.

③분량의 양념을 섞어 소스를 만들고 숙주와 미나리를 함께 무쳐낸다.

▲요리팁

①숙주는 아삭거림이 사라지지 않도록 살짝만 데치는 것이 좋다.

②미나리 대신 부추나 실파를 이용해도 되지만 향이 달라진다.

③식초는 신맛 정도에 따라 양을 조절하며 간장을 약간 첨가해도 독특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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