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감귤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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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 한국한의약연구원 원장
대선 정국이다. 제주 발전과 관련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제주의 대표 작물인 감귤과 관련해서도 어떤 후보는 감귤을 지속가능한 생명산업으로, 다른 후보는 감귤을 통한 국가 차원의 식품산업 육성을 제시했다. 감귤을 이용한 식품산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것이 요지이다.

1차 원물보다 2차 가공식품의 경제적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은 자명하다. 페티의 법칙대로 일반적으로 1차보다는 2차가, 2차보다는 3차산업의 부가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순한 식품 가공으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식품산업 또한 다른 고부가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건강기능식품은 단순 가공식품보다 가치가 높다. 의약외품은 그보다 더 높으며 지식과 기술이 집약된 의약품의 산업적, 경제적 효과는 훨씬 더 높다.

감귤이 단순식품을 넘어 건강기능식품 또는 의약외품, 의약품으로의 개발이 가능할까. 그 답은 ‘가능하다’이고 그 소재는 알맹이가 아닌 ‘껍질’에 있다. 이미 귤피의 항산화, 항비만 등 그 효능과 관련해 검증된 연구가 많다.

원래 귤피는 ‘진피’라 해 한의학에서 요긴하게 써왔고 현재도 가장 많이 쓰이는 약재 중 하나이다. 정체된 기를 돌리는 이기약(理氣藥)에 속해 특히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에 더없이 좋은 약재이다.

한약재인 귤피를 활용하면 감귤산업의 새로운 다각화가 가능하다. 원물 형태만이 아니라 분말이나 정유 성분 추출 등 다양하게 상품화할 수 있다. 2차 가공품의 경우도 껍질을 이용한 차, 소스, 향료, 면 등 다양한 제품개발이 가능하다. 물론 기능성이 더해지므로 가치도 올라간다. 장기적으로는 건강기능식품에 더해서 의약품의 개발도 도모할 수 있다.

동물사료로 쓸 경우 항생제 없이 각종 질병을 치료 예방함으로써 친환경이라는 프리미엄에 각종 전염병에 대한 대책으로도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귤피가 폐기되고 있다. 주스 공장을 통해 껍질을 활용해도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과정으로 인식해 귤피의 가치가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

귤피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는 철저한 품질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우선 잔류농약 제거 등 귤피의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요구된다. 물론 재배 단계에서부터 원천적인 관리를 통해 친환경 귤피를 양성화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귤껍질의 보관 연한에 따른 효능 및 등급화 연구도 필요하다. 귤피는 묵힐수록 효능이 좋다고 알려지는데 귤피의 효능 증대 방법과 품질 검증 및 등급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우수제품 제조·관리 기준인 GMP에 맞춘 제조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 전국 150여 군데나 되는 한약재 GMP 시설이 제주에는 없다. 현대적인 저장시설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안전성 증대 그리고 가격협상력도 기대할 수 있다.

육지부로 만감류의 재배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온주밀감만을 기원으로 하는 ‘진피’는 제주의 독점 자원으로 전략화가 가능하다. 물 자원은 채굴이 제한적이지만 귤은 매년 주기적으로 생산이 된다는 장점도 있다.

대선정국에 저마다 감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외치고 있다. 감귤의 껍질에 주목하자. 금피가 될 수 있으며 홍삼의 지위를 물려받을 수도 있다.

과거에는 임금께 진상했던 귀한 약재이자 대학나무라 불리기도 했던 감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귤피의 산업화’를 통해 또 한 번의 고부가가치 성장동력 산업을 모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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