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품격은 가로수에서 결정된다.

지구촌 곳곳 도시가 형성된 곳이면 어김없이 아름드리 가로수가 조성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도 옆에서 살아야 하는 만큼 가로수엔 조건이 따른다.

추위와 더위는 물론 공해와 병충해에 강하고, 대기 정화 기능도 뛰어나야 한다.

과거 플라타너스 일색이었던 도내 가로수도 은행나무, 먼나무, 느티나무, 녹나무, 왕벚나무, 후박나무, 담팔수 등 공해와 병충해에 강한 것으로 수종이 다양해졌다.

가로수가 도시 품격에 영향을 미치는 건 틀림없지만 수종 선택에서부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시름시름 앓다가 말라죽어 다른 수종으로 교체되거나 밑둥이 베어진 채 방치되는 경우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특히 죽어가는 나무를 바라봐야 하는 시민들의 정신건강에 미칠 영향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근래 들어 도심에 비좁게 들어선 가로수들은 상가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가지가 난도질당하고 베어지는 경우가 심심찮게 목격된다.

비좁은 식수대로 인해 뿌리를 통해 충분한 물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말라죽는 가로수도 비일비재하다.

2007년 산림청이 지정한 녹색건전성평가 가로수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서귀포시 서홍동 ‘흙담소나무 숲길’ 소나무가 한 예다.

서귀북초등학교 북쪽 경계를 따라 동서로 600m 구간에 100년이 넘은 소나무 96그루가 자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소나무 뿌리는 아스콘 포장에 둘러싸이고 나무 밑둥마다 틈이 없이 빽빽하게 목재데크가 설치되는 등 생육 환경이 열악한 상태다.

100여 년 전 흙담을 따라 심어진 소나무가 아스콘과 각종 인공 구조물에 싸여 수난을 겪고 있다.

서귀포신시가지와 신제주 일대에 가로수로 심어진 담팔수는 더욱 심각한 처지에 놓였다.

애초부터 가로수 생육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비좁게 식수대를 조성함으로써 담팔수 뿌리가 비대해지면서 인도로 뻗어나왔다.

뿌리에 의해 보도블럭이 뒤틀리면 이를 교체하는 데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서귀포신시가지에 심어진 담팔수의 경우 대부분 고사됨에 따라 서귀포시는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8700만원을 들여 먼나무 172그루로 교체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고사되지 않은 담팔수도 식수대가 정비되지 않을 경우 말라죽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뿌리가 밑으로 곧게 뻗는 심근성 수종인 소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과 달리 담팔수는 뿌리가 옆으로 뻗는 천근성 수종임을 감안하지 않고 식수대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로수로 심어진 담팔수가 도내 곳곳에서 고사 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천지연폭포 일대 등 자연 상태에서 자라는 담팔수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해마다 새로운 가로수를 심는 것보다 이미 심어진 가로수가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잘 보살펴 주는 일이 중요하다.

식목일 전후로 여기저기에서 나무심기가 연례 행사로 반복되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심어진 가로수들이 베어지거나 열악한 생육 환경에 노출되면서 고사되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매년 나무심기 행사를 열며 ‘나무 사랑’을 외치면 뭐하나. 어차피 100년을 견디지 못할 나무라면.

새로운 나무를 심기에 앞서 우리 곁에 있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대한 따뜻한 보살핌이 중요하다.

똑같은 영양분을 먹고 자랐어도 사랑과 정성으로 키운 나무와 무관심으로 일관한 나무는 잎사귀 색깔부터 다르다고 한다.

‘나무에도 감정이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길을 걷다가 나무를 만나면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자. 가로수를 춤추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