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三代)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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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삼대’란 아버지와 아들과 손자, 세 대(代)를 이르는 말이다. 횡보 염상섭의 장편소설 〈삼대〉로 익숙해진 말이기도 하다. 〈삼대〉는, 한 가족의 흥망성쇠를 통해 일제강점기의 치욕과 암울한 역사를 파노라마 기법으로 담아낸 사실주의 소설이다.

‘삼대가 한집에서 산다.’는 말은 점차 미묘한 뉘앙스를 풍기게 돼 간다. ‘한 집안’일 뿐 ‘한 집’은 아니라는 변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손자가 한 지붕 아래 사는 경우가 현저히 줄었다는 얘기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예전에야 대가족이 안거리 밖거리로 나눠 놓고 삼대가 한 울타리 안에 함께 살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아파트라는 주거방식도 그렇거니와 나이 든 노인들은 시골에 눌러살고, 젊은 아들은 도시로 나가면서 삼대의 구조적 해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모두 한집에 살았으면 하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나 각자 도생해야 하는, 시대의 물결이 더 이상 삶의 기존 구도를 용납지 않는다. 뿌리칠 수 없는 흐름이다.

더욱이 제주는 관습적으로 부모가 자식에게 매여 살기를 원치 않는다. 등 굽어 힘들고 외로워도 독립해 살려 한다. 옛말을 빌리자면, ‘솥단지’ 들고 옮아 다니는 걸 몹시 꺼린다. 농촌에서 농사지으며 자력으로 먹고사는 게 속 편하다는 것, 익숙한 방식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독립심이 강하다.

가까운 문우 K의 수필에, 올해 상수(上壽)인 어머님을 집으로 모시려 해도 완강히 마다하므로 본가에 그냥 사시도록 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당신이 하자는 대로 따르는 것도 효도라는 생각에 자주 봬 자식 도리를 한단다.

상수는 최장수로 쳐 온 백세 고령이다. 그 연치에 완고하고 참 강인한 어른이란 생각이 든다. 제주 토박이 노인들이 고집하는 노후의 보편적 생활방식이기도 하다. 떨어져 사는 어르신에 대해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게 자식이라 좋은 방식은 아니지만, 어른의 선택이니 하릴없는 노릇이다.

KBS의 장수 프로 ‘인간극장’이 아침 식탁에 앉는 시간대라 무심코 눈이 가 있곤 한다. 울산에 사는 삼대의 삶을 풀어낸 ‘찰떡궁합, 삼대가 뭉쳤다’. 전 5막을 듬성듬성 시청하는데 여간 놀란 게 아니다. 떡 방앗간 집 삼대가 한집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참 흥미롭다.

주거환경부터 독특하다. 4층 건물에 아버지는 맨 위층에, 아들네는 3층, 손자 내외는 2층에 사는데 1층은 떡을 만드는 ‘직장’이다. 가루를 빻고 반죽하고 떡을 만들어 쪄내고. 손발이 척척 맞아 일하며 사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장사가 잘돼 세간도 먹고살 만하단다.

침식은 층층이 따로 하면서 특별한 음식, 손자가 스파게티를 만들어 2층으로 가족들을 초대하는 식이다. 두레상 받고 식사를 함께하는 장면이 눈 맛을 돋운다. “드셔 보세요. 맛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오냐, 참 맛있구나.” “잘 만들었네. 잘 먹으마.”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손자부부가 층층시하를 잘 극복하고 있다.

수입을 묻는 말에, 얼마를 버는지 정산해 본 적이 없지만, 삼대가 먹고 산단다. 중요한 건 가족이 같이하니 운영이 잘된다는 대목이다. 또 아버지가 아들에게 또 아들이 그 손자에게, 말없이 대를 잇는 떡 만드는 기술의 전수.

떡가루가 빻아 나오는데 막대기로 휘젓는 세 살배기 증손, 사 대째로 이어 갈 방앗간 세대교체가 일의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가정의 해체 위기를 말한다. 하지만 세상엔 이렇게, 삼대가 네 것 내 것 가리지 않고 살아가는 집안도 있다.

‘찰떡궁합, 삼대가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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