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는 사회복지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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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춘강장애인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오랜만에 만났다. 오가며 얼굴 보고 지낸 지 3년이 조금 넘은 사이지만, 그저 눈인사만 건넬 뿐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그래도 신경이 쓰이고 눈길이 가는 것은 큰딸이 지적장애인이어서였다. 사회복지사인 나의 시선이 머문 것은 당연지사였으리라.

올해 특수학교를 졸업하는 큰딸의 진로가 궁금해 일부러 말을 건넸다. “따님 진로는 어떻게 하세요?” 그냥 집에 엄마랑 있을 거라 했다. 장애인복지관의 직업재활훈련을 권했더니, 장애인복지시설에 가면 구타와 욕설이 심해서 절대로 안 보낸단다. 사회복지사들이 사랑으로 대한다고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라 힘들고 짜증이 나면 때린다며 자기 딸은 자기가 돌본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요즘 사회복지시설들은 시청에서 지도 감독도 잘하고 있고, 개방형으로 운영돼 그렇지 않다고 설득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내가 사회복지사임을 모르기에 오히려 사회복지시설을 믿지 말아야 한다며 충고를 건넸다.

얼마 전 중앙 일간지에 ‘폭행·노역… ‘무늬만 복지시설’ 수두룩’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주 내용으로는 2016년도 사회복지시설 평가 결과 전국 사회복지시설 중 242곳이 ‘미흡’ 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여전히 국내 사회 복지시설 곳곳에서는 강제노동과 폭행이 만연하는 등 ‘제2·제3의 형제복지원’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인의 말과 신문기사는 나의 생각을 붙들었고, 깊은 곳으로부터 통증이 올라왔다. 제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진정으로 장애인들과 함께하고자 애쓰는 동료들의 모습을 봐왔기에, 사회복지사들의 헌신을 알기에, 가슴이 더 먹먹해왔다.

그분은 엄마의 마음이기에 불신으로 두려워하는 것을 이해하겠지만, 선동적인 기사가 이런 불신을 낳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기사 속에서 강조한 미흡 판정받은 242곳은 전체의 12.9%이다.

지난 2월 15일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시설 평가 결과’에 따르면, 대상시설 1881곳 중 우수 등급을 받은 곳은 전국 평균 76.1%로 대다수 시설이 포함된다. 특히, 제주지역은 82.5%로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으며,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경우 제주도 내 모든 시설이 우수 등급을 받았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이 있다. 도내에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회복지사가 없다고 어떻게 확언하겠는가.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청년들에게 직업 교육이 필요하듯이, 장애인의 직업재활 훈련은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통과의례이다.

건강한 이들도 행복한 삶을 위해 건강검진을 받고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하물며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병원의 의료사고와 의료진의 부정행위에 대해 우리는 수많은 보도를 접한다. 그러나 우리는 병원을 찾고 진료받기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사회복지시설의 서비스도 이러하다고 생각한다. 치매 노인의 요양서비스나 장애인의 주간보호서비스,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상담서비스 등 전문적인 서비스 체계가 우리 주변에 갖춰져 있다. 그 수가 부족하고, 서비스의 질적 개선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 할지라도, 사회복지시설은 전문기관으로서 전문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고,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인 것처럼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복지시설의 전문성을 믿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시길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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