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후의 형사재판
탄핵심판 후의 형사재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송희성 현대법률연구소장 前수원대 법대학장/논설위원

법학을 55년가량 공부하고, 줄기차게 강의해온 나로서는 이번 탄핵심판의 인용결정이 ‘심리미진’, ‘이론구성’의 불충분을 드러내고 있고, 다분히 정치적 여론을 등에 업은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원래 정치적 문제와 관련 있는 사건인 탄핵심판이 정치적 여론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면이 있다 하더라도 재판의 일종으로 탄핵심판은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고 이론적이어야 한다.

이번 탄핵심판을 보건대, 피의자에게 적용된 사실들은 대부분 비서진들의 진술, 이득을 보았다는 사인의 진술, 기타 자들의 진술이 있었으나 막상 피청구인의 직접진술은 받지 못하였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심판은 유감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법이론대로 말하면 사실의 확인을 위해서는 ‘탄핵소추 당한 자’를 구속하여서라도 직접진술을 듣는 것이 필요했다. 물론 탄핵인용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탄핵소추를 받은 자는 아직 현직 대통령이므로 구인까지 하여 진술을 듣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면 전직 박대통령에 대한 형사 피의사건에 대한 수사·재판은 어떨까. 탄핵 인용 후는 탄핵 피청구인은 민간인이 되므로 형사소송의 일반원칙에 따라 피의자에 대한 강제수사가 가능하고, 재판은 엄격히 증거재판주의가 적용된다. 여기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법원의 재판의 다른 점은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사건과 관련된 하나하나의 진술은 증거에 의하여 확정되어야 하고, 대통령의 행위가 통치행위 내지 국사행위의 여부, 나가서 재량·합목적성의 일탈·남용 여부가 분명히 판별되는 데 있다. 이는 3번의 재판, 경우에 따라서는 재심까지를 거치는 동안 증거에 의하여 명확히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재판에서는 정치세력의 입김, 여론은 헌법재판소의 심판보다는 더 배제될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재판이 정치적 영향·여론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고, 이른바 재판의 물적 독립은 확고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지, 탄핵재판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포괄적으로 인정하였으나, 법원의 재판에서는 이를 부정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소원인용 결정, 권한쟁의 결정은 국가의 모든 기관,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을 구속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탄핵심판에 관하여는 규정이 없으므로 법원의 재판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다른 판결이 나오더라도 법률위반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핵심내용은 ‘최순실’이라는 사인이 문화 사업·체육 사업의 추진을 하면서 이득을 취한 것은 여러 증거로 보아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국가 사업으로 하기 위하여 재단설립을 여러 방면으로 지원·지시한 대통령의 행위가 위법한 것이냐이다. 그런 대통령의 행위가 법률위반으로 의율(擬律)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어떤 이득을 보기 위한 의사가 확인되거나, 최순실의 이득 동기를 알고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또는 두가지 중 어느 하나가 인정되지 않으면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범죄구성은 어렵더라도 그것이 잘못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신뢰와 지원을 받는 사인이 부정한 이득을 획책하는 것을 대통령이 간취하지 못한 무능은 호되게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비판 받을 일을 범죄로 구성하는 것은 어쩌면 ‘법치주의’의 왜곡이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대통령 선거에 영향 운운하면서 5월 9일 전에 판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5월 9일 전에 모든 재판을 끝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오히려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