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자주 마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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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시인

모임(會) 때문이다.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이 지구상에 최초의 인간은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부부를 이루고 자녀가 생겨 가족을 이루었다. 이때까지는 모임 ‘회(會)’라 하지 않았다. 그 보다 더 번성하여 친족을 이루면서 모임(會)이 이루어졌다. 더 인구가 불어나 큰 모임(社會)이 이루어지고 사회가 모여 국가가 이루어져 오늘날 지구상에는 193개국을 이루어 살고 있다.

 

직접 조사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지구상에서 모임(會)이 가장 많은 나라는 우리나라일 것이고 그 모임의 우두머리 회장(會長)이 많은 나라도 당연 우리나라일 것이다.

 

대학교까지 졸업한 사람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동창회만 해도 넷이고, 시민대학, 그린대학, 박물관대학, 노인대학까지…. 어디 그 뿐인가 수많은 지도자과정 이 모든 게 모임이다. 거기에다 취미나 오락, 봉사 모임이 결성되면 그 모임이 몇이며 종친회도 중앙회에서 지파까지 수두룩하고 출신지에 따른 향우회, 주택, 종교에 따른 모임이 또한 몇인가. 나처럼 소시민도 크고 작은 모임이 한 달에 열 번 이상이니 어찌 술을 마시지 않을 수가 있으랴. 안주는 회나 구이임이 분명하다.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다’란 말이 생각난다.

 

회(膾)는 날고기(본디 육회에서 생선회로 뜻이 확장됨)이고 자(炙)는 구운 고기,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인구(人口)는 글자그대로 사람의 입이니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다’란 맛이 좋아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다란 뜻이다.

 

9세기 말 당나라에 ‘한악’이라는 천재 시인이 있었다. 열 살 때부터 시를 잘 지어 칭송이 자자했는데 그가 지은 수백 편의 시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하여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다’란 말이 생겨난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온갖 모임이 극성을 이룬다. 회(會)가 회(膾)를 부르니 술은 절로 따라오고. 그러나 조심할 일이다. 조심하고 냉정하지 않으면 구설수에 오른다. 원래‘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다’란 좋은 일, 칭찬하는 일로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었으나 요즘은 좋지 않은 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까지 그 뜻이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혼자 살 수 없는 인간이니 향기로운 사람과 자주 만나 마주앉을 일이다. 그 향기가 옷에 배어 몇 달이 지나도 그 향에 취하는 ‘시향(詩香)’도 좋고 ‘묵향(墨香)’도 좋을 것이다. 이런 모임에서 곁들이는 술 한 잔이야 얼마나 값진 낭만이겠는가! 김소월의 ‘님과 벗’이란 시가 생각난다.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좋아라/ 딸기꽃 피어서 향기로울 때를/ 고초(추)의 붉은 열매 익어가는 밤을/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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