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예술은 곧 본능, 우리는 모두 예술가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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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답사 자료와 설명이 고고미술 이해에 큰 도움"
▲ 서귀포시 정방폭포 인근에서 독서대담을 나누고 있는 김미령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사진 왼쪽)과 김은희씨.

▲책 소개=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저자 양정무)

호모 사피엔스가 그림을 그린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에서부터 농경 정착 생활을 하던 인류까지,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시대까지. 그들이 남긴 그림과 조각, 건축물 등을 보면 그들의 삶이 현대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에 답을 시도하고 있다. 설명과 감상에 필요한 그림을 다수 수록했고, 문답식으로 펼치고 있어서 쪽수는 많지만 흥미 있게 볼 수 있다. 미술을 통한 인류사 같은 느낌의 책이다. 


▲대담자
김은희=주부. 제주의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문화유산해설사. 출판 기획, 방송작가, 학교 선생님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이어도를 찾아서’라는 책을 썼으며, 공연 전시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기도 했다.


김미령=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화가. 책읽기를 가까이한다. 선인들의 책을 통해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는 지혜를 깨닫고, 자연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화폭에 표현하고자 한다.

 

▲그림 그리고 조각하는 것은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다
문화인이라면 그림에 관심을 갖고, 한달에 한번씩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도 가야 할 것 같다. 이런 강박 관념이 생겨난 것은 왜일까? 보통은 문화생활을 하지 않는 것을 핑계삼아 돈 있는 사람들의 호사 취미나, 매스컴이 조장하는 분위기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프랑스의 쇼베동굴 벽화(3만2천년 전) 라스코 동굴 벽화(1만7천년 전),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1만5천년 전)들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현대미술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예술성까지 갖췄을 뿐더러 인류는 왜 그림을 그리고 조각 등을 만들었는지, 생각할 기회를 준다. 그래서 그들의 후손인 우리가 지금 여기를 살아가야 할 방향과 삶의 위로를 얻게 된다면 과장스런 이야기가 될까?  

 

김미령 서귀포시민의책위원회 위원(이하 ‘시민의 책’): 책을 읽고 난 뒤 느낌은?


김은희씨(이하 ‘김’): 책의 페이지는 많지만 대화체 형식으로 되어 있고 그림과 사진이 많아 쉽게 읽었습니다. 책과 친근한 사람들은 몇 페이지만 읽어보면 곧 재미있게 쑥쑥 읽어나갈 거라 생각합니다. 저자인 양정무 박사가 현지에서 답사하고 연구한 자료와 설명이 고고미술을 한층 재미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고 싶은 여행지가 추가되었다고 할까요.


시민의 책: 오랜 시간 준비한 공력이 느껴지는 책인데요. 특징과 장점을 든다면요?


김: 독자가 편리하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한 점이 돋보입니다. 관련 사진이 글 있는 페이지나 옆 페이지에 있어 한 번에 볼 수 있고, 비교할 필요가 있을 때는 이전 사진도 다시 게재해서 보기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시민의 책: 내용 면에서는 어떻습니까?


김: 인류의 문화, 좁혀서 보면 서양문화의 원류를 느끼고 이해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 문화를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우리 조상들의 벽화나 조각, 유적지는 어떻게 해석되고 보존되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구요.


시민의 책: 일반 학생들에게 권해도 좋은가요?


김: 물론입니다. 기원 전 약 4000년 전부터 도시를 이루고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화려했던 그들의 모습을 남겨진 유적으로 추측해 보는 일은 흥미롭습니다. 학생들이 미술뿐 아니라 인류 역사에 대한 비전을 느끼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책을 읽으면서 여행하고픈 마음이 부쩍 일었습니다.

 

시민의 책: 어디를 가보고 싶으신지요?


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요. 사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이슬람 지역이어서 여행할 엄두를 못 냈어요. 이라크 지역의 유적은 많이 파괴가 됐고, 파괴가 진행 중이어서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어요. 그리고 이집트 나일강의 범람 방향에 따라 좌우의 모습이 사막과 초원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실제 모습도 보고 싶습니다. 물론 피라미드도요. 


시민의 책: 원시시대에도 그림을 그리고, 주먹도끼 하나도 대칭을 이루고 정교하게 다듬어서 살았던 인류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김: 인간은 뭔가 창조해내고자 하는 욕구, 좀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본능적으로 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도끼 하나를 만들 때도 좀 더 날카로운 것을 추구하다가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보기에도 아름다운 도끼를 만들어보게 되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아름다운 돌도끼가 호평을 받았을 겁니다.


시민의 책:  ‘예술은 곧 본능이다’라고 이해해도 될까요?


김: 동의합니다. 의도하거나 더러 의도하지 않은 모든 예술 행위는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3,4살 어린이가 그린 엄마나 아빠 그림을 보면 참 기가 막힐 때가 많습니다. 서툰 선과 느끼는 대로 표현한 몸의 특징이 이 세상에 있는 딱 한사람을 개성 있게 표현하잖아요? 우리는 모두 예술가로 태어났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본능적인 감각을 계속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면 누구나 아티스트가 될 수 있겠죠.   


시민의 책: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저 세상에 가면 신이 두 가지 질문을 할 거라고 믿었다는데 하나는 ‘인생에서 기쁨을 찾아냈는가?’ 또 하나는 ‘당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했는가?’입니다. 이 질문에 답한다면?


김: 책을 읽으면서 이 구절에서 한참을 멈춰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아직 이 질문에 대답을 할 만큼 인생을 통찰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은 찾기는 했습니다만(웃음) 그리고 ‘다른 사람을 기쁘게 했는가?’ 라는 질문에는 더더욱 답을 하기가 힘드네요. 혹여 저로 인해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그 대상이 가까운 가족일 수도 있고요.  


시민의 책: 이집트 지배층은 불멸을 꿈꿨다고 하는데, 동양 불교의 윤회 사상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김: 이집트 사람들이나 동양인들은 죽음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집트는 미라의 환생으로 같은 사람의 부활을 의미하고, 불교에서는 다른 존재로 환생하는 걸 의미하니 엄밀히 따지면 다르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이집트에서는 권력자들만이 부활의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것에 반해 불교에서는 누구나 생물로 환생할 수 있음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영원히 살고자 했던 것은 누구나 가졌던 소망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데는  힘의 논리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민의 책: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제주도의 문화유적에 대해 생각한 점이 있다면요?


김: 찾아보면 제주에도 구석기, 신석기 시대부터 탐라,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적지와 문화유산이 있습니다. 이것들이 잘 보존되고 연구되어 제 빛을 발할 때 우리의 역사는 더욱 생명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과거와 단절된 내일은 없을 테니까요. 요즘 인문학의 중요성이 마치 하나의 트렌드처럼 부각되고 있는데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문학이야말로 변화와 발전의 방향을 잡는 키(key)가 될 수 있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는, 서귀포는, 혹은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말입니다.


사진설명=사진은 서귀포시 정방폭포 인근에서 독서대담을 나누고 있는 김미령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사진 왼쪽)과 김은희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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