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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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환경운동가/수필가

식도락을 누리는 시대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맛집 홍보가 넘쳐나고 찾았던 사람이 호평을 달아 놓았다. TV에서도 요리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는데, 심지어는 먹방이니 뭐니 하며 식욕을 자극한다.

시내 한복판은 물론 변두리까지 음식점 간판이 다닥다닥 붙었다. 관광지이니 당연한 일 같긴 하지만, 필요 이상이라는 느낌이 든다.

일 년에 몇 끼니를 외식으로 해결하는지 계산해 보니, 그렇게 많은 음식점이 필요하겠다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집 밥을 선호하는 내가 그런데 외식을 자주 하는 사람이 계산하면 외식 업체가 모자랄 만도 하다.

건강한 전통 음식은 자꾸만 뒤로 밀려나고 있다. 물 건너온 외국 음식이 인기리에 팔리고 퓨전 음식을 개발하여 파는 곳도 여럿 있다. 과연 좋은 현상일까. 눈여겨보면 먹으면 몸에 해가 될 것들이 대부분이다.

1979년도에 양돈업에 손을 대었다. 사상 최악의 돼짓값 폭락이 왔다. 팔리지 않고 사료만 축내는 돼지를 양돈 농가마다 다투며 들판에 내다 버렸다.

죽어 간 돼지들에 의해 돼지콜레라가 발생하더니 양돈 농가를 쓸어버렸다. 스물두 살, 나이도 어린 데다 마음마저 여려 돼지들을 차마 버리지 못해 품고 살았다.

사룟값이 동이 나자 풀을 베어다 먹이고, 오일장이 끝나면 배추를 주워 와서 먹였다.

친인척 집을 돌며 쭉정이를 얻어오고 선과장에서 버려진 귤을 가져다 먹였다. 거지의 밥상이었다. 그런데 내 돼지들은 콜레라는커녕 아무런 병 없이 잘 자라 주었다. 항생제가 함유되고 열량이 높은 사료를 먹였다면 어땠을까.

예부터 건강 밥상이란 반찬이 몇 안 되는 소박한 밥상, 자연과 가까운 음식이라 했다. 자연과 가까운 거지의 밥상이 내 돼지들 건강 비결이 아니었나 싶다.

동물만의 일이 아니다. 텃밭에서 채소를 길러 보면 화학비료를 주었을 때 겉으로는 잘 자란 것 같으나 허약해지는지 쉽게 병에 걸린다.

비료를 주면 줄수록 농약도 여러 번 살포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반면 비료를 주지 않으면 수확하는 양은 적어도 건강한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특유의 맛도 깊어졌다.

밤참을 먹거나 저녁에 과식하면 다음 날 아침에 몸이 무겁고 무기력해진다. 소화가 되지 않아 하루를 여는 아침이 상쾌하지 않은 것은 모두가 겪어봐 아는 일이다. 열량이 높은 음식을 계속해 며칠만 섭취해도 조금씩 체중이 불어나며 움직임도 둔해진다. 이런 게 바로 건강 적신호가 아닐까.

식도락에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외식은 될 수 있는 대로 멀리하고, 소박한 집 밥을 선호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주변 지인들을 살펴보면 암은 흔한 병이 되었다. 소아암과 아토피, 알레르기가 환경 병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더니 이어 신종 병이 해마다 늘어나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먹을거리에 의한 질병이 제일 높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한 끼니나 됨직한 음식을 한입에 넣고 맛있게 먹는 모습이 달갑지 않음은 나 혼자 생각이 아니리라. 인기를 목적으로 하는 방송이 먹을거리를 이용하면서 국민의 건강을 앗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모두 현명한 눈으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건강을 잃고 나서 입을 즐겁게 했던 음식을 탓하지 말고. 건강할 때 맛은 좀 덜해도 소박한 우리의 전통 밥상을 지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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