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문화가 사라지면, 더 이상 제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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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 제주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제주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우리의 제주! 제주에 사는 우리는 그 변화들을 직접 느끼고 있다.

삼다의 섬 제주, 삼다 중 제일 먼저 제주를 돌로 말할 수 있다. 제주의 상징이 돌이라는 뜻이다. 전통시대에는 척박한 땅의 대명사였던 흔하디흔한 돌이 지금은 사라지면서 귀해지고 있다. 『제주의 돌문화』에서 “제주는 ‘돌의 보물섬’이다. 제주의 돌 문화는 화산섬이라는 돌섬과 그 돌밭에 살던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돌문화는 제주섬의 애환의 노래이자 사랑의 노래이고, 행복한 삶을 지향했던 불굴의 노래에 다름 아니다.” 라고 했다.

지금 제주의 돌문화를 보라. 돌담 옆에는 농약병들과 비닐, 스티로폼 등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내는 곳 주변은 콘크리트와 같은 다른 건축자재들로 대체되었다. 무분별한 주택건설과 토목공사, 새로운 도로개설과 확장공사로 인해 화물트럭은 쉴 새 없이 거리를 내달리고 있다. 모든 사람이 땅을 파헤칠 준비를 하고 출발점에 서 있는 것 같다. 개발로 상징되는 토건자본주의에 의해 제주의 자연이 완전히 잠식당할 것인가? 우리는 제주문화의 진정한 가치를 알지 못하고 빌레와 돌담들을 무지막지하게 부숴버리고 매립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를 함께 한 돌문화는 있던 자리에서 사라지고 있고 그나마 남은 돌마저 훼손되고 있다. 머지않아 간신히 남아 있는 돌문화마저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망자들의 울타리인 산담, 그 산담 안에 자리했던 동자석과 문인석 등 석물들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게 사라졌다. 밭담으로 들어가는 길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포크레인 바퀴 자국과 도로 확장 범위를 표시해 놓은 빨간색 깃발을 보며 개발의 무분별한 흔적은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오늘도 제주가 또 죽어가고 있다.

파도를 막아주고 생업의 현장이던 해안의 여와 빌레들이 잘리고 마을 공동체의 상징인 원담, 해녀 공동체의 교감의 상징인 불턱, 천년의 역사를 가진 환해장성, 제주섬을 지켰던 연대와 봉수, 생활 속의 돌문화였던 돗도고리와 연자매 등 원형을 잃어가거나 아예 찾을 수 없는 것도 있다.

지금 우리는 시급히 제주의 상징적 유산인 돌문화를 지켜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진짜 돌은 땅에 묻어 버리고 가짜 돌을 쌓아서 만든 집담을 보며 이미 묻어버린 진짜에 대한 안타까운 향수를 느끼고 있다.

산담의 석물 또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제주의 동자석이 도난당한 그 자리에 육지나 중국에서 이주해온 화강암 동자석이 대신 무덤을 지키고 있다. 돌문화 유산들은 과거 제주 돌쳉이들이 정과 망치로 직접 만들어 제주의 맨 얼굴을 보여 주었으나 지금은 외지의 석물들로 점유되고 있다.

제주다움이란 그대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제주섬에 사는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의 결실로 유지되는 것이다. 문화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누적된 시간의 결과이다. 삶의 노동과 땀이 없었다면 제주문화는 자신의 얼굴을 가질 수 없었다. 돌문화에도 오랜 세월 동안 희노애락을 함께했던 제주인의 삶이 남아있다. 삶은 힘이다. 여전히 우리 몸에 그 삶의 향기가 남아있다면 문화는 생명을 이어가게 된다. 문화를 만드는 것은 오랜 세월이 걸리나 그 문화를 파괴하거나 사라지게 하는 것은 한순간에 일어난다.

만일 제주인이 이어온 문화인 돌문화가 사라지게 되면 누가 제주를 제주답다고 하겠는가? 돌문화가 없다면 제주는 이제 더 이상 제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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