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강을 뒤엎는 힘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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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복분자-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흔히들 여자는 음이라 달에, 남자는 양이라 해에 비유한다. 그래서 여자는 달마다 한 번 월경을 하고, 남자는 해 뜨는 아침마다 발기를 한다. 여자로서 생식 기능을 다 할 때 월경이 그친다. 여자에게만 갱년기가 있는 것이 아니니, 남자 또한 이때쯤 드문드문 아침 소식이 끊어지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남자의 양기가 쇠해지기 시작하는 때인 것이다.

발기력이 떨어짐과 동시에 하초에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소변을 조금씩 자주 보게 되며 잔뇨감도 생긴다. 수돗물 등 흐르는 물소리에 소변이 자기도 모르게 새어 나온다. 소변만 아니라 정액도 잡아주는 힘이 약해져 누설되기도 한다. 성욕 자체가 전과 같지 않다. 이는 전립선비대증이라는 단순한 소변 증상을 넘어서는 것으로 한의학에서는 이를 ‘신양(腎陽)이 허(虛)’한 것으로 파악한다.

중년의 남자라면 이런 증상을 개선시켜 준다는 정보에 귀가 솔깃할 것이다. 이 신양을 보하는 데 쓰이는 한약재 중 하나가 바로 ‘복분자’(覆盆子)이다. 엎어질 복(覆), 동이 분(盆)으로 요강을 엎어뜨릴 정도로 소변 줄기의 힘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소변 줄기만 세질까. 당연히 신양이 보해지기에 양기를 잡아주어 관련 증상이 두루 개선된다. 이처럼 ‘신양허’는 일종의 노화 증상이기에 복분자는 특히 노인들이 오래 상복하면 좋고 남녀 구분 없이 복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복분자를 복용하면 신양이 허해지는 게 근본적으로 해결이 될까. 상시적인 복용이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는 이미 노화로 인해 불가역적인 퇴행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인체는 어떤 원인적 작용이 임계치에 이르러야 비로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증상으로는 지금 시작이지만 이미 실질적으로 많은 손상이 누적된 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신양허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신체적으로 노쇠했으니 적절히 아껴 쓰라는 신호로 여기면 되겠다. 그것이 인체가 보내는 신호체계를 따름으로서 건강을 얻는 현명한 섭생법이다.

이런 단계에는 몸의 컨디션 상태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과도한 스트레스, 과음, 과식, 수면 부족, 운동 부족 등 부적절한 섭생이 그때그때의 양기 쇠약 반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발기부전과 관련해서는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요인인데 스트레스는 화(火)의 기운을 위로 올린다. 신경을 쓰고 정신을 집중한다는 것은 화의 기운을 위로 보내는 과정이다. 원래 ‘수승화강(水升火降)이라 하여 수기(水氣)는 위로, 화기(火氣)는 아래로 내려가야 인체가 건강하다. 발기도 화기의 발현이다. 스트레스는 아래에서 발현될 화의 기운을 위에서 다 고갈시키는 것으로, 반대로 릴랙스하면 자연스레 화기가 아래로 내려와 발기에 도움을 준다. 걷기 등 하체 운동도 큰 도움이 되는데 하초의 혈류 흐름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한약재로 쓰는 복분자의 기원 종은 ‘복분자딸기’(Rubus coreanus Miquel)로서 제주에 자생하는 대표 한약재이다. 곶자왈 올레길 14-1 코스를 걷다 보면 복분자딸기가 많이 보인다. 복분자딸기는 초여름에 열매를 맺는데 덜 익은 상태에서 따는 것이 효과가 좋다.

신양을 회복하기 위해 굳이 복분자 열매 맺히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앞서 말했듯 곶자왈의 복분자딸기를 약으로 먹을 궁리보다 지금 당장 곶자왈을 걷는 것이 신양을 돋구는 데 더 좋다는 말이다. 청정한 공기 속에서 잡념을 버린 편한 마음으로 하체를 튼튼하게 걸어주는 것만큼 좋은 정력 증강 방법도 없다.

고개 숙인 남성들이여, 보양식 욕심 버리고 맘부터 편히 하라, 그리고 걸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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