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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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성 재 뉴질랜드 언론인/논설위원

사람들은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능력이 있든 없든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고 남들보다 앞서가려고 애를 쓴다. 그게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승자가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실패와 좌절을 맛보는 경우가 더 많다. 어렸을 때 하고 싶었던 일을 도전도 해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생각만하다 끝나는 경우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지금부터 10여 년 전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 맬컴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소개한 개념이다. 골자는 노력하면 누구나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글래드웰은 그런 주장을 펴면서 빌 게이츠, 비틀스 등 시대를 풍미하는 천재들을 예로 들었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데는 선천적 재능 못지않게 노력이 중요하다며 그 기준점으로 1만 시간을 제시한 것이다.

1만 시간은 하루에 3시간씩 10년 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시간의 길이와 같다.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 8시간씩 해도 3년이 넘는 세월이다.

비틀스가 무대 위에서 갈채를 받기까지 무명으로 연주에 몰두한 시간이 대략 1만 시간이었고 빌 게이츠가 프로그래밍에 몰두한 시간 역시 1만 시간가량 된다는 게 그 근거다. 10년 동안 한 우물 파기가 쉬운 건 아니나 시간의 길이만 생각하면 누구나 귀가 솔깃해지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천재 소리를 들으며 어린 나이에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에 오른 리디아 고도 여섯 살 무렵에 골프채를 잡아 이제 스무 살 문턱에 올라섰으니 글래드웰이 제시한 1만 시간의 법칙에 해당되고도 남는다.

1만 시간의 법칙이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 건 시간의 총량을 다른 요인들 보다 앞세웠기 때문이다. 한 우물을 열심히 파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던 것이다. 1천여 개 넘는 특허를 낸 미국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도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이루어진다고 설파했다.

피와 땀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생활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숨어 있는 천재, 생활의 달인들이 모두 그런 본보기들이라 할 수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한 우물을 판 사람들이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건 노력 하나만으로 성공이 담보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노력 외에도 재능과 뚜렷한 목표 의식, 주변 여건 등 고려해야할 사항은 많다. 시간과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면 실패하는 사람은 게으름뱅이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천재와 둔재, 뭔가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개인의 재능 못지않게 외부 환경도 중요하다.

실제로 투자한 시간이 실력의 차이를 결정짓는 비율이 학술 분야에서는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투자한 노력과 시간의 차이가 실력의 차이로 이어지는 비중이 비교적 높은 음악과 스포츠 분야도 25% 정도가 상한선이다. 어떤 분야든 선천적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상당한 경지에 오르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처럼 사람이나 이론에 따라 재능과 노력의 비중은 다르게 설명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구상에 존재했던 수많은 천재들이 저절로 만들어진 경우는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천재라고 불린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묵묵히 파고든 노력의 천재들이었다. 얼마 전 리디아 고가 오클랜드에서 혼자 연습 라운드 하는 장면을 몇 시간 동안 지켜보면서 거듭 확인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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