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불아귀(法不阿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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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한비자(韓非子ㆍBC 280∼233년)는 중국 전국시대에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그는 법을 엄격히 집행해 상과 벌을 엄격히 하는 것을 통치의 기본으로 삼았다. 한비자에게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할 엄한 잣대였다. 이를 어긴 사람에겐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무거운 형벌을 내려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한비자는 유도(有度) 편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모양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다(法不阿貴 繩不撓曲ㆍ법불아귀 승불요곡)’. 이 구절은 ‘법의 제재를 가하면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변명할 수 없으며 용맹스런 사람이라도 감히 다툴 수 없다(法之所加 智者弗能辭 勇者弗敢爭ㆍ법지소가 지자불능사 용지불감쟁)로 연결된다.

이어 ‘대신이라고 해서 잘못을 저지르고도 형벌을 피할 수 없으며 착한 행동을 칭찬하고 상주는 일에는 평범한 백성이라 해서 제외되지 않는다(刑過不避大臣 賞善不遺匹夫ㆍ형과불피대신 상선불유필부)’로 정리된다. 법도(法度)의 엄정함을 알려주는 글귀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법불아귀(法不阿貴)’다. 오늘날‘법은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설명하는 더 없는 법언(法諺)이다. 비록 전제군주시대에 나왔지만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기 때문이다.

법불아귀는 김수남 검찰총장의 소신이라고 한다. 그간 취임사와 대검 간부회의 등에서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며 이 사자성어를 언급해와서다. 그는 2015년 12월 2일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이 말을 인용하며 “수사의 객관성ㆍ공정성은 검찰의 존재 이유이자 지켜야 할 절대가치”라고 피력한 바 있다.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해 온 김 총장이 깊은 고민 끝에 소신을 실천했다.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지난 27일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거다.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을 구속하기로 결정한 건 김 총장이 처음이다.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구속된 공범과의 형평성 등 제반 정황을 종합해 내린 결단이다. 이로 인해 ‘법과 원칙의 정치인’이라고 자처했던 박 전 대통령은 바로 그 ‘법과 원칙’에 따라 ‘영어의 몸’이 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아무튼 전직 대통령도 법 앞에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법의 준엄함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법불아귀가 다시 회자되는 이유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오는 31일 새벽에 판가름난다고 한다. 공을 넘겨 받은 법원은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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