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열풍 뒤에 숨겨진 노동자들의 한숨
건축열풍 뒤에 숨겨진 노동자들의 한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현장 임금체불 심각...집회 신고도 90여 건 접수
▲ <연합뉴스 자료가진>

지난해 말 일거리가 있다는 말에 동료들과 함께 제주를 방문한 김모씨(45·광주)는 석 달째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이달 초 동료들을 대표해 자신들을 고용한 시공업체를 광주지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에 신고했다.

 

김씨는 “제주에 워낙 공사장이 많기 때문에 일거리가 널려 있다고 해서 내려왔는데 임금을 주기는커녕 우리말고도 일 할 사람 많다며 배짱을 부렸다”며 “노동청에 신고를 한 경력이 있는 인부는 현장이 꺼려하는 것은 알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신고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주에 유례없는 장기간의 건설경기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김씨의 사례처럼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28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지역 건설업계 임금체불 현황을 살펴보면 2014년 382건에 19억7470만원이던 체불임금은 2015년 507건에 24억819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 지난해에는 803건에 33억4906만원으로 체불임금이 크게 증가하면서 무려 499개 사업장에서 근무한 노동자 1247명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

 

임금체불이 이어지면서 분노한 노동자들의 항의 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해부터 올해 3월 현재까지 대형 공사현장이 많은 서귀포시에서만 무려 70여 건의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집회 신고가 접수됐으며, 주거용 건물이나 다세대주택 건설현장이 많은 제주 서부지역의 경우 지난해 12건, 올해 3월까지 8건 등 20건의 집회신고가 접수됐다.

 

이 같이 공사현장에서 임금체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원도급 업체에서 하도급 업체로, 여기서 다시 재하도급으로 내려가는 건설업 특유의 고용형태가 한 몫 하고 있다.

 

원도급에서 하도급으로, 또 재하도급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여러 번 결산이 이뤄지다 보니 근로자에게 온전하게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이다.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 관계자는 “원도급 업체에서 하도급 업체로 시공비를 보내면 바로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하도급 업체가 이를 다른 곳에 소모해 임금지불이 되지 않거나 인부들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하는 무자격 건설업자들, 이른바 ‘십장’이라 불리는 이들이 중간에서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먹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건설노동자들에게는 임금체불은 생계가 걸린 중요한 문제인 만큼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임금체불 발생 시 즉각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