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회적 약자 인권 실태가 총체적 난국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도가 근래 제주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제주도 인권 증진 기본계획 3개년 수립 용역’에서다. 면면히 살펴 보면 도내 취약계층의 인권 상황이 열악함을 넘어 거의 낙제점 수준이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불편하다는 건 사실상 이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법상 시내버스의 30% 이상을 저상버스로 보급해야 하지만 현실은 6%(10대)에 머물렀다.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전세버스도 고작 2대, 렌터카는 9대에 불과하다. 게다가 도내 관광시설 가운데 절반이 휠체어가 진입할 수 없는 곳으로 드러났다.
아동·청소년 인권 상황도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다. 거론조차 민망한 성범죄 발생율을 보면 아동은 전국 1위, 청소년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아동 학대 비율도 전국 16개 지자체 중 5위를 차지하는 오명을 남겼다. 여성 인권사업 역시 2015년 기준으로 170개 중 22개(13%)만이 실행됐다. 성평등 평가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됐지만 그런 노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거다.
그야말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성적표다. 사실 인권을 침해받는 사람들은 주로 장애인, 아동, 여성 등이다. 말 그대로 힘이 약하거나 권리에 대해 잘 몰라 스스로를 지키기 어려운 약자들이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위해 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장에 관심이 날로 커지는 요즘이다. 이번 용역 성과물은 그에 부합하는 효율적 인권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인권센터 설치, 인권 영향평가, 제도적 장치 보완 등이 그것이다. 어떤 형태로 운용되든 용역 결과가 장식용이 돼서는 곤란하다. 제주도는 인권 보장에 앞장서야 하는 그 책무를 잊지 말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인권은 공동체의 힘이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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